공정위,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방안' 발표
피해유발 우려 큰 13개 행위 제시… 6개 행위 입법 보완키로
"입법 이전 피해 예방 가이드라인 만들고, 눈속임 실태 조사·공개할 것"
정부가 인터넷과 앱 사용자들의 착각이나 실수, 비합리적 지출 등을 유도하는 상술을 뜻하는 '다크패턴(dark pattern, 이른바 눈속임 상술)'의 구체 행위 유형과 규율 범위 등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피해 예방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방향'을 당정협의회에 보고하고, 온라인 쇼핑몰이나 모바일 앱에서 유행하는 다크패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다크패턴은 인터넷 사용자를 속이기 위해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뜻하는 말로, 물건 구매나 서비스 가입을 은밀히 유도하는 식으로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착각, 실수, 비합리적 지출 등을 유도하는 상술을 말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공정위는 다크패턴 문제의 심각성에 크게 공감하고, 지난해부터 이를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의 2021년 다크패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공정위의 2022년 조사에서도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경험 비율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명백한 기만행위부터 일상 마케팅까지 범위 넓어… 전면금지보단 규율범위 조정
공정위는 다크패턴은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명백한 기만행위부터 일상적 마케팅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나타난다고 보고, 이를 전면 금지하기보단 규율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공정위는 "그 결과, 여러 유형의 다크패턴 가운데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13개 행위를 도출했고, 이들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제시한 13개 행위에는 '편취형(2개 유형)', '오도형(7개 유형)', '방해형(3개 유형)', '압박형(1개 유형)'으로, 그간 소비자의 자유롭게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해 온 상술들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무료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월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계약을 자동 갱신하거나 대금을 자동 결제하는 행위(숨은 갱신)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선택해 놓고 소비자가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해 자신도 모르게 멤버십에 가입하게 하거나 원치 않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행위(특정옵션 사전선택) 등은 온라인 시장에서 사업자가 '소비자 낚시'에 사용해 온 대표적 상술이다.
그밖에 ▲상품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며 나중에 그 모두를 더한 금액을 최종가격으로 청구하는 행위(순차공개 가격책정) ▲계약 체결, 회원가입 절차보다 그 해지, 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설계하거나 그 방법을 제한하는 행위(취소/탈퇴 방해) 등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뤄지는 경우엔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행위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당정은 우선 문제되는 13개 행위 중 '숨은 갱신' 등 6개 행위의 경우 현행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워 법적 근거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에 관련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구체적으로 전자상거래법에 현행법으로 규율이 어려운 유형의 다크패턴 행위에 대한 금지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월 구독료 등을 인상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는 등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다크패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과 사업자 자율규약의 제정·운용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정위는 입법이 이뤄지기 전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선제적·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상반기 중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방지 가이드라인' 제정… '눈속임·낚시 마케팅' 많은 사업자 공개
우선 문제 행위가 무엇인지 시장에서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가급적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 제정을 마무리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다크패턴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알린다는 방침이다.
또 소비자원, 소비자단체와 함께 주요 전자상거래 분야를 대상으로 문제 되는 상술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자는 누구인지, 사업자별로 어떤 상술을 많이 쓰는지 등을 상세히 비교·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몰·모바일앱 이용과정에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자들로 하여금 눈속임·낚시 마케팅을 자제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공정위는 "소비자원에서 최근 오픈마켓, 홈쇼핑 등 종합 쇼핑몰에 대한 1차 조사에 착수했다"며 "하반기에도 소비자 단체와 함께 의류, 엔터테인먼트 등 개별 분야에 특화된 쇼핑몰을 대상으로 2차·3차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아울러 문제되는 행위 발견시 적극 시정해 나갈 방침이다. 공정위는 "우선,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 방지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주요 사업자단체와 공유하고 소속 사업자들에게 그런 행태를 스스로 개선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정되지 않는 행태에 대해선 현행법을 적극 적용해 최대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된 정책방향은 정부가 다크패턴 행위 유형과 어디까지 규율이 필요한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처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위는 "규율의 테두리를 명확히 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는 시장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며, 그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는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경제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온라인 시장에서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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