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제분회사 사조동아원, 가루쌀 제분 도전… 첫 대규모 가루쌀 원료 생산
당진 제분공장서 밀 제분라인 한켠에 '가루쌀 라인' 가동
물 필요없는 '건식제분' 가능… '비용 절감'·'환경친화' "두 토끼 잡아"
"가루쌀은 점성이 높고 입자가 작아 소화흡스가 빠르죠. 그걸 모티브로 해서 이유식이나 건강기능식 제품 개발이 가능해요. 화장품 용도로 써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존 밀가루나 쌀가루와 차별화된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22일 충남 당진에 위치한 사조동아원 당진 제분공장. 최용석 생산본부장은 전날 가루쌀이 첫 입고돼 이날 약 34톤이 제분 공정을 거쳐 가루쌀 원료로 나온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과 함께 국내 3대 제분회사로 꼽히는 사조동아원이 가루쌀 제분에 도전한 이유는 기존 밀가루나 쌀가루 시장과 차별화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주로 케익쪽으로 쓰면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한다"며 "하나의 소재로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조동아원은 기존 밀 제분공정 라인 한켠에 가루쌀 라인을 가동했다. 이날 제분한 가루쌀은 당진공장의 하루 제분량인 1200톤의 3%가 채 되지 않는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차차 제분량을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분량이 늘면 제분비용도 크게 낮아진다. 무엇보다 기존 밀가루 제분 라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가루쌀은 전분 구조가 치밀한 밥쌀과 달리 밀처럼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물이 필요없는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전분 손상이 적고 가루 입자 크기도 작다. 제분량의 약 4~5배에 달하는 폐수가 나오지 않아 환경친화적이고 공정도 습식제분보다 간소화돼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제분이 가능해서 경제적이다.
밥쌀 제분 비용을 기준으로 보면 건식제분 비용은 kg당 200원~300원으로 습식 제분 비용(600원~1200원/kg)의 20~30% 수준으로 저렴하다. 제조공정도 습식제분은 세척과 불림(2~3시간), 탈수, 열풍건조를 거쳐야 하지만, 건식제분은 이런 공정이 필요하지 않다.
당진 제분공장은 원료 곡식을 입고해 정선장과 제분장을 거쳐 자동창고로 옮겨지는 구조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어 제분라인엔 직원 7명이 전부다. 제분은 정선→조질→분쇄→사별→순화→포장 과정을 거친다. 부서진 입자를 크기별로 구분하고, 입자 비중에 따라 분류하기 위해서다. 알곡의 껍질에 가까울수록 가볍다. 이 과정을 통해 가루쌀은 23개 원료로 나뉜다. 원료 특성에 따라 카스테라나 라면, 과자 등 갖가지 제품을 만드는 소재가 된다.
사조동아원에서 생산된 가루쌀 제분 원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2023년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된 식품업체 15개소에 공급된다. 식품업체들은 이를 활용해 연내 시제품 개발과 소비자평가를 완료할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밀가루는 제분하면 100가지 정도로 나온다"며 "가루쌀 제분은 생산공정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더 많은 원료 소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가루쌀 제분 원료가 세분화될수록 그걸 활용한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치밀한 전분구조인 밥쌀이 다양한 가공 식품 활용에 제한적이라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업계가 가루쌀을 활용해 쌀 가공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가루쌀에는 밀가루에 있는 글루텐이 없어 최근 급성장하는 '글루텐프리' 시장 도전 가능성도 있다.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은 밀가루에 포함된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물과 섞여 반죽할 때 결합해 생성되는 물질로 빵이 부풀어 오르게하거나 쫄깃한 식감을 내는 성질을 갖는다. 하지만 소화장애 원인이 돼 영양분 흡수를 방해하거나, 체질에 따라 아토피나 알레르기를 동반하기도 해 최근 글루텐프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 글루텐프리 식품시장 규모는 79억달러 수준으로 연평균 8.1% 성장세가 전망된다.
정부는 가루쌀 생산량을 올해 1만톤 규모로 늘리고 2026년까지 20만톤으로 3년 사이 20배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재배면적은 올해 2000헥타르(ha)를 확보하고 3년 후 4만2100헥타르까지 넓힌다는 목표다. 가루쌀 재배 농가엔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한다. 가루쌀만 재배하면 헥타르당 100만원, 밀 등 동계작물과 이모작 시엔 헥타르당 250만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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