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은 중요하다. 경중과 관계없다. 동네 친구와의 약속은 물론, 가족, 직장 등 여러 관계에서 신용은 필수다.
신용이란 특히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네 슈퍼에서 파 한 단을 사더라도 같은 값이라면 유기농 혹은 무농약을 선택한다. 더 건강하고 질 높은 식품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파와 유기농, 무농약 파의 영양소는 유사하다. 같은 값의 유기농 파 한 단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것은 실질적으로 신용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미국 내 스타트업 기업의 주거래 은행 역할을 했던 SVB는 1만여 개에 달하는 미국 은행시장에서 20위권 내에 명함을 내걸 정도의 우량 금융사였다.
SVB는 팬데믹 당시 고금리를 내걸며 자금을 조달했다. 우후죽순으로 풀린 자금을 높은 비용을 부담해 조달했다. 이후 미(美)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을 시작하자 자금난에 시달린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금을 회수했다. 이후 SVB에서 자금이 말랐다는 소식이 번지면서 돈을 맡긴 기업들이 돈을 빼면서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했다. SVB가 파산한 이유는 신용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이 SVB의 파산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클릭만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뱅크런의 속도를 높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SVB 파산의 핵심은 신용 하락이다. 소비자의 편의를 높인 디지털 전환을 두고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다. 일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예금주들이 뱅크런을 시도했다. 순식간에 자금이 빠져나간 탓에 상당수의 저축은행이 파산했다. 저축은행 사태 또한 신용이 무너져서 발생했다.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업계 유동성 비율을 공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저축은행 감독규정에서 정한 100%를 한참 넘어섰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중앙회가 나서서 신용을 증명했다. 금융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조기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여전히 디지털 전환에 몰두하고 있다. 편의성이 높아지면 자금을 빼는 것만큼 맡기는 것 또한 간편하다. 중요한 것은 신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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