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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투기'란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차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투자규제가 풀린 지역의 급매물을 위주로 조금씩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기세력의 시장교란 우려도 다시 제기하고 있다. 하락장이든 저점예측이든 투기세력이든 늘상 듣던 말이지만 새삼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

 

투기는 무엇이고 투자와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투기에 대한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명확하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하는 표준 국어대사전도 마찬가지다. 사전상의 의미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또는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하는 매매 거래'라고 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투기'라는 단어의 부정적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기회를 틈타 이익을 보려는 행위' 자체가 부정된다면 애초에 우리 경제는 존립할 수가 없다.

 

이에 반해 '투자'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짧은 정의로는 근본적인 의문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리스크(Risk)의 존재 여부, 그 크기 정도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할까. 경제학에서 말하는 '투자'의 종류는 이렇다. 전통적으로는 주식이나 채권이 있고, 대체투자로는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사적, 공적 자산이 주를 이룬다.

 

은행예금 등은 투자도 투기도 아니다. 이유는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든 투기든 리스크를 안고 있기는 매 한가지이기 때문에 그중 리스크가 큰 것만 투기라고 부르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외국에서는 투기라는 단어를 한국과 똑같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투기의 사전상의 의미에 누구보다 충실해 온 그랜트 카돈, 워렌 버핏 등을 투기꾼으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투기라는 말을 영어로 번역하면 굳이 투자(Investment)와 구분해서 Speculation이라고 쓴다. 이 단어는 '본다, 관찰한다, 착시한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Speculatio에 유래하며, 스콜라 철학에서는 어원을 거울(Speculum)과 결부 지어서 거울에 반영된 모습, 즉 결과에서 실물, 현물이나 원인을 파악한다는 추론의 의미로 이해했다고 한다.

 

즉 일종의 가능성을 선취해서 그 진위를 추론한다는 도박적인 요소를 내포하지만, 이는 많은 성공적인 자산가들이 투자의 동기로도 삼아온 하나의 공격적인 투자방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투기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자들을 곱지 않게 보며, 각종 징벌적 규제를 가해 왔는가. 아마 투자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까지의 이익배분과 그 국민정서까지 고려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그 정책실패를 전가하는 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사행적 투자의 실패는 그저 투자자 본인이 책임을 지면 그만일 따름인데 말이다.

 

투기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고, 필자 또한 투기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추구하는 그 최소한의 의미를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정의해 본다.

 

투기: 국민의 기초 생활에 밀접하여 원활하고 고른 공급이 필요한 분야에, 투자자 본인의 실용성에 큰 관계가 없음에도 단기간의 큰 수익만을 얻고자 확실치 않은 정보 또는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에 기대어, 사회적으로는 부정적인 현상을 초래하고, 스스로도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감내하는 도박성 행위.

 

부동산 하락장에서 가능성을 보고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기회는 하락장에서 더 많이 있었다. 투기라는 말에 지나치게 위축되어 왔다면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했을 리도 없다.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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