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한 달 가량의 대장정을 마치고 8일 마침내 끝났다. 지난 1월 31일 후보자등록 공고 이후 2월 2일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뒤 13일부터 제주합동연설회 등 일곱번의 합동연설회를 거치며 한 달 가량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너무 뜨겁게 달아올랐나보다. 주요 당대표 후보자들 간의 경쟁은 과열을 넘어 분열의 씨앗마저 잉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정도다.
이번 선거기간 동안 김기현·안철수·황교안·천하람 등 4명의 당대표 후보들은 당의 미래나 보수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친윤'이냐 '비윤'이냐의 싸움에 매몰됐다. '윤심(尹心)', 즉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 있느냐를 놓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윤심'을 찾기 위해 삼만리를 헤매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니, 과연 집권여당의 당대표 후보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전당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진흙탕 싸움'의 수위는 올라갔다. 김기현대 안철수·황교안의 대결구도는 같은 당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극에 달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네거티브 공세를 그만하라고 경고를 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들의 대립은 김기현 후보의 울산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에 대통령실의 선거개입 의혹으로 절정에 달했다. 심지어 안·황 후보 측은 김 후보에게 사퇴 압박을 가했다.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패할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안철수 후보 측은 대통령실이 이번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다며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고발하기도 했다. 강 수석이 '대통령실 행정관의 김기현 후보 홍보물 전파 요청'에 개입했다며 그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것이다. 여당의 당대표 후보가 대통령 핵심 측근을 공수처에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천하람 후보도 가세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행위는 범죄이고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김 후보가 대표가 되어도 정당성이 큰 흠집이 생겨 결국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김기현 후보는 이런 안·황 후보 측의 공세를 '내부 총질'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본인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안·황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이쯤 되면 웬만한 막장드라마 저리 갈 정도다. 집권여당의 차기 당 대표 후보자는 '땅투기꾼'으로 몰렸으며, 여당과 호흡을 맞춰야 할 대통령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인 공정선거질서를 해쳤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패한 후보들이 과연 그 결과를 제대로 인정할지조차 의문인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은 그 동안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당 대표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와 호흡을 맞추고, 내년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오히려 분열과 분당의 가능성만 더 높아지게 생겼다.
집권 여당의 분열은 정부나 대통령실에서도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아직도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라 할 수 있는데,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저런 모습이면 정당정치가 자리잡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국정운영 추진도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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