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 1%대 저성장 시대
올해부터 경기 둔화 본격화 전망
글로벌 경제구조 개편, 새 국가 미래 전략 시급
중장기적 불황 대비, 규제혁파·구조개혁 중점둬야
◆소중한 건 언제나 두려움이니까
작년 11월 21일, 서울 홍릉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주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부총리·장관 등 역대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0년간 대한민국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는 것'과 같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면서도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눈부시게 성장한 우리 경제는 이제 과거가 됐다.
올해 우리 경제는 1%대 저성장(뉴노멀) 시기로 진입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9%포인트 내린 1.6%로 제시했다.
정책 수단을 갖고 있는 정부로서는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1%대 전망치는 그만큼 정부가 올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해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5.1%), 2차 석유파동이 있어던 1980년(-1.6%) 등 단 네 차례 뿐이다.
올해 경제 상황도 위기라 칭할만큼 녹록치 않다.
5%대 고물가에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올해부터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 심화 속에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과 소득 양극화, 고용 악화, 수출 약세 등 악재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역대 경제 수장들은 지난 60년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글로벌 경제구조 개편에 따른 새로운 국가 미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제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올해, 국가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주목하고 있다. 충격을 받기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는 힘을 뜻하는 회복탄력성은 우리 경제가 갈대처럼 유연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커스 브런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회복탄력성은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밝히는 북극성과 같은 지향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런너마이어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21년 최고 경제학 서적으로 선정한 'The Resilient Society(회복탄력사회)'의 저자다.
가수 윤하는 '사건의 지평선'에서 "소중한 건 언제나 두려움이니까"라고 썼다.
과거 60년 간 소중했던 성장의 결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맞닥뜨린 변화와 구조조정은 두려움이 됐다. 무엇을 하고자하는 동력을 삼켜버릴 블랙홀의 경계에서 회복탄력성은 우리 경제를 구해낼 한줄기 빛이다.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올해 우리 경제가 수출과 내수의 동반 침체란 블랙홀에 빠지지 않으려면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불황 극복'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L'자형 경기 추세, 즉 경기 침체가 오는 2024년까지 지속되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고물가·고금리에 대응한 단기적 대책보다 중장기적 불황에 대비한 규제혁파·구조개혁에 정책의 중점을 둬야한다는 주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서도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 대응(37%)과 함께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32.6%), 노동개혁(23.2%)의 중요성을 짚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발목을 잡고 있는 짐에 대한 미련부터 버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영화 인터스텔라를 인용하며 "주인공은 우주선을 사건의 지평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해 자신이 탄 모듈을 블랙홀로 버렸다"고 설명했다.
주원 실장은 "한국 경제가 블랙홀의 경계,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결단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의 열매에 취해 있는 동안 우리는 늙어갔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었다. 성장 논리에 묻혀 소득과 교육 격차,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됐다.
'사건의 지평선'의 클라이막스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은 블랙홀에도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빛이 있다는 것을 노래한다.
과거 달콤했던 성장의 기억을 과감히 버리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성, 그리고 양극화 해소에 매진할 때, 우리 경제 너머 '아스라이 하얀 빛'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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