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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너무 늦은 사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상상조차 힘든 참사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상상할 수 없는 발언들이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의 고위 공직자들 입에서 쏟아지고 있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부터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 누구보다 이번 참사에 대해 책임을 느꼈어야 할 고위 공직자들의 발언과 태도는 실망 그 자체였다.

 

처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브리핑을 접했을 때, 눈과 귀를 의심했다. '저게 한 나라의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할 소리인가'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상민 장관은 지난달 30일 가진 긴급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러다 비난 여론이 일자 31일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해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태도도 '나몰라라'였다. 그는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주최 측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며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가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샀다. 국가적 비극에 누구보다 신중해야 할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실없는 농담을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상민 장관은 참사 발생 사흘 만인 1일 공식 사과를 했지만, 이 역시 진정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당시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이었던 10월 29일 오후 6시34분부터 이미 현장에 있던 시민들로부터 '사고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가 적어도 11건이나 접수됐다는 게 밝혀졌다. 결국 이번 이태원 참사는 정부가 조금 더 신중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장관의 정서적 공감능력에 문제제기를 한다. 참사의 경위가 어떻든, 수많은 인명이 어처구니 없이 희생됐다. 그나마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전 국민은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

 

더군다나 행정안전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게 핵심 역할이다. 누구보다 더 책임을 통감해야 할 위치에 있는 공직자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방침과도 맞지 않는다.

 

당분간은 이번 참사를 수습하고, 이와 유사한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걸 핑계로 공직자로서의 적절치 않은 발언과 태도를 적당히 넘겨서는 안 된다. 말이란 것은 하는 사람의 인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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