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단톡방에 '이태원 압사사고 사망자 149명...' 기사 링크를 누군가 올렸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엔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찍었다는 사람들이 누워있는 끔찍한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참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밤 캠핑장 사이트마다 호박이나 마법사, 뿔 달린 기괴한 괴물 형태의 핼로윈 코스튬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깔깔거리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이태원 사고 현장의 응급조치를 하는 사람들과 저마다 핼러윈 복장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교차하며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듯 했다.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고를 보면서 한쪽에선 남의 나라 귀신놀이에 빠진 안전 불감증을 탓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희생자들은 우리들에게 경고를 하고 하늘로 떠나간 천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우리 가족 누군가 사고 현장에 있었다면 똑같은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그들은 축제를, 삶을 즐기려던 우리 아이들이나 친구 또는 우리들 자신이었다. 어느 시점에 누군가가 희생됐을지 모를 사고가 핼로윈을 이틀 앞둔 지난 주말에 이태원에서 일어났을 뿐이다.
사고를 보며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이 장관은 사고 이후 가진 참사 관련 정부 대응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는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됐을 문제가 아니다. 인파는 예년 수준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손써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사고라는 점을 강조한 얘기지만, 정부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의 말로는 들리지 않았다.
그의 말이 맞다면, 지난해나 올해 어느때나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또 그렇다면 왜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는지 답해야 한다.
사고 직후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사고 지점의 인파는 7시 즈음부터 붐비기 시작했고, 사고 당시 누군가 넘어지기 시작한 순간과 다를바 없이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이후에도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은 소극적인 수준의 통행 통제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참사 당일 이태원을 찾은 인파가 1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동원된 경찰은 고작 137명에 불과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 증언도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통제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당일 광화문과 용산 등에서의 집회에 집중하느라 경찰 배치가 어려웠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선 시민들과 경찰, 소방대원 밤새워 심폐소생술(CPR)과 수습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최가 없는 행사라는 것이 정부에 면죄부가 되진 않는다. 주최측이 없는 행사 아닌 행사라면 국가가 안전한 행사의 책임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물론, 서울시와 용산구, 경찰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많은 인파가 경사가 가파른 좁은 골목길에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 불감증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군가 희생자가 있었지만, 사고 이후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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