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차원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계획을 마련했는데, 시행하기도 전에 논란에 휩싸였다.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높였다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된 바 있는 일제고사(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가 공개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보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동시에 치르는 전수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면 일제고사를 다시 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살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교육부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으며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혼선이 빚어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평가는 점차 확대할 방침이지만 참여를 원하는 학교가 학급 단위로 실시하는 자율평가로 올해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른 종합 방안이다. 기초학력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진단하고, 해당 학생을 대상으로 그에 맞는 보충학습 등을 통해 최소한의 학력 수준을 보장해준다는 취지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계획을 보면, 5년 전 일제고사와는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보정시스템)'과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자율평가)'를 통해 기초학력 도달 여부와 기초학력 수준을 진단하도록 돼 있다. 대상자도 올해는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중 참여를 원하는 학교가 학급 단위로 실시한다. 모든 학생이 같은날 같은 시험을 동시에 치르는 것과 다르다.
이번 방안이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생 가운데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특히 영어와 수학의 경우 기초학력이 '붕괴'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이에 대한 국가의 책무가 더 강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 교육이 이뤄지는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일관된 기준의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없어서라는 지적에 더 무게가 실린다. 최소한의 기초학력 수준을 진단하는 국가 차원의 평가가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평가를 시행하면서 기존 일제고사의 문제점은 최소화하고 진단과 기초학력 보장을 시행하는 각급 학교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한다는 점이다. 한국교총도 "평가·진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에 따른 맞춤형 학습지도"라며 "교사가 열정으로 학생 교육에 충실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교실 환경 구축과 근무 여건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학업성취도 평가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정한다는 목적에 맞게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각 교과 영역별 성취수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평가가 학생별 학교별 서열화와 줄세우기를 우려한 나머지 '깜깜이' 평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 못지 않게,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점이나 학생의 경제여건이나 도농간 학력 격차가 커진 점도 들여다 봐야 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중산층이나 40~50대보다 취약계층이나 30대 영끌족의 어려움이 더 컸던것처럼 학력격차가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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