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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122) 한 세기 넘게 금단의 땅이었던 송현동 부지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활짝

이달 6일 오후 열린송현녹지광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도화서길 빌딩 10층(종로구 율곡로 24)에서 촬영한 광장 전경./ 김현정 기자

1910년 일본에 빼앗긴 후 일반의 접근이 제한됐던 서울 도심 한복판 노른자 땅 '송현동 부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송현이라는 지명은 '소나무 송(松)'에 '언덕 현(峴)'자를 합쳐 만든 것으로, '소나무 언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조선 초기 궁궐 옆의 소나무 숲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에 송현동 부지는 왕족과 명문세도가들의 거주지였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손으로 넘어가 식민 자본인 조선식산은행(동양척식주식회사 소유)의 사택이 들어섰다. 광복 뒤에는 미군이 접수, 군 숙소로 이용됐고 이후 주한미국대사관 사택으로 사용됐다. 과거 송현동 땅을 둘러싸고 있었던 거대한 담장은 미 대사관이 국경 개념으로 쌓은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1997년 송현동 부지를 사들여 미술관을 지으려 했지만 사업이 무산됐고, 2008년 대한항공이 이 땅을 매입해 한옥호텔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허가권을 쥔 종로구청이 제동을 걸었다. 해당 부지 인근에 덕성여고, 창덕여고 등이 있어 학교환경위생법상 정화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호텔을 건립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쓰임 없이 폐허로 방치된 송현동 부지를 5580억원을 주고 대한항공으로부터 사들인 뒤 공원으로 가꿔 시민들에게 '열린송현녹지광장'을 개방했다. 광장 조성비로 총 18억원이 투입됐다.

 

◆축구장 5개 규모 거대 녹지 광장

 

6일 오후 이광구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담당 개발정책팀장이 열린송현녹지광장 현장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6일 110여년 만에 민간에 공개된 '열린송현녹지광장'(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을 찾았다. 광장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안국동사거리 쪽으로 176m(약 2분 소요)를 걸으면 나온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은 '텔레토비 동산'처럼 생겼다. 축구장(7140㎡) 5개 크기인 3만7117㎡의 부지에 넓은 잔디밭이 마련돼 있고, 그 사이를 400m의 순환형 산책로가 가로 지르는 형태다.

 

광장은 ▲잔디광장 1만㎡ ▲야생화 단지 1만7000㎡ ▲북측 소나무 식재지 3200㎡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6일 오후 시민들이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과거 송현동 부지를 감싸고 있었던 4m 높이의 장벽은 최소 높이 0.5m, 최대 높이 1.2m의 아기자기한 돌담으로 바뀌었다. 인공 장벽이 허물어진 자리에는 자연 병풍이 세워져 있었다. 서울의 내사산인 북악산과 인왕산 풍광을 두루 감상하며 돌담장 안으로 들어섰다. 서울광장 잔디밭(6449㎡)보다 약간 큰 중앙잔디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잔디광장 주변으로는 코스모스, 백일홍, 애기해바라기가 식재된 야생화 군락지가 만들어졌다.

 

이달 6일 오후 시민들이 열린송현녹지광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열린송현녹지광장을 찾은 송혜수씨는 "적십자 봉사단 활동을 위해 근처에 왔다가 오늘 이쪽이 개방한다고 해서 와봤다"면서 "꽃들이 좀 덜 펴서 아쉽다"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송씨는 "다음에 왔을 때는 꽃들이 만개했으면 좋겠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광구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담당 개발정책팀장은 "파종을 하면 꽃이 더 풍성한데 올해는 급수를 하지 못해서 이미 핀 꽃과 씨앗을 섞어 심었다"며 "송현동 부지에서 오염된 흙이 나와 덤프트럭 800대분의 오염토를 치환공법으로 정화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년 뒤에는 이건희 기증관 품은 문화공원으로

 

6일 오후 열린송현녹지광장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이날 광장 한켠에는 대형 달을 형상화한 지름 5m 크기의 달 조명이 설치돼 있었다. 수십개의 작은 달이 보름달 주변에 방사형으로 펼쳐졌다. 6일 오후 친구와 열린송현녹지광장을 찾아 달 조명을 구경하고 있던 이로빈 씨는 "종로구 계동에 살아 오다가다가 공사하는 걸 자주 봤다"면서 "빌딩 가득한 도심 한복판에 드넓은 공원이 생겨서 너무 좋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 6일 오후 시민들이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시는 2024년 12월까지 광장을 시민 참여형 문화예술공간으로 임시 개방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이곳에서 개최될 전망이다.

 

오는 2027년 개장 예정인 송현문화공원 조감도 예시./ 서울시

임시 개방 이후 2025년부터 시는 송현동 부지를 '이건희 기증관'(가칭)을 품은 '송현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시는 2025년 1월 착공해 2027년 '이건희 기증관'과 공원을 동시에 완공해 개장한다는 목표다. 기증관 건축비로 14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문화재 지표 조사와 관련해 이 팀장은 "10년 전에 대한항공에서 문화재 조사를 했고, 당시 나온 유물은 관련 법에 의해 서울시 박물관 등에 전부 기증됐다"며 "특별히 보존 가치가 있는 유물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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