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수의 돌직구] 美 전기차 보조금 느슨한 대응 안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명해 즉각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라 국산 전기차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됐다. 법안은 대기업 증세 등으로 확보한 재원을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대에 쓰는 것을 뼈대로 한다.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보조금,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등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미국인들을 위한 복지 정책이 담겨있지만,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면서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나라를 차별대우하는 법안으로 바뀌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법안 시행 직후 가장 먼저 미국을 방문, 열흘 넘는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방미 일정과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IRA 대응을 위한 방문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IRA 시행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 공장 조기 완공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지난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으로 정부 대표단을 구성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등 미국 주요 행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나 개정된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관한 우리측 우려와 업계 입장을 전하며 협의에 나섰다. 5일~7일까지는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우리 기업에 대한 비차별적 대우를 요구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만, IRA가 차별적 요소를 담고있고 세계무역기구나 한미 FTA 등 국제무역규범에 위배된다고 보면서도 협의만을 강조하고 있어 다소 느슨한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IRA는 사실상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 타국 생산 전기차에 불이익을 주는 법안이다. 현재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2위인 한국산 전기차 타격이 가장 크다. 특히 IRA 보조금은 한미 FTA상 보조금 등에서 상대국을 차별해 대우할 수 없다는 '내국인 대우 의무규정'에 명백히 위배된다. 국제 규범 위배 소지가 명백한 법안에 대해 협의만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IRA는 우리나라 전기차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생산하던 전기차를 모두 미국에서 생산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모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기차를 비롯해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분야는 우리 미래를 먹여살릴 분야다. 바이든은 이미 최근 지난 8월 미국 노동시장 동향 등을 거론하면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고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있다고 밝히며,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법안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미래 유한 첨단분야 고급 일자리를 미국에 빼앗기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양성하겠다는 정부가 반도체 일자리를 빼앗기는 걸 그냥 두고 보면 안된다. 유럽연합과 일본도 IRA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 이들 나라와 보다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강도높은 문제제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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