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근길 지하철을 탑니다'란 시위를 재개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와 철창에까지 들어간 권달주 공동대표의 목에는 쇠사슬이 걸렸다. "이 철장 안의 삶은 지난 90년 동안 대한민국 장애인들의 삶이었다!" 절규였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눈빛이 불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는 최근 수도권에서 지하철을 출근하는 이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장애인의 이동권과 탈시설화를 부르짖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출근시간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가면서 지하철 운영이 정체되는 등 여간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SNS와 뉴스 댓글창에는 "폭력적인 시위"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 "돈 때문에 그런다" 등 날선 반응이 쏟아진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경석 대표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지하철 탑승 시위는 2001년 1월 오이도역에서 노부부가 수직형 리프트를 타다 와이어가 끊어지는 사고가 일어난 후 꾸준히 계속하고 있습니다. 21년 동안 지하철을 타면서 장애인 이동 문제를 알렸고 법까지 제정했어요. 법은 제정 됐지만 법에 의한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고 정부가 스스로 세운 계획조차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입법하고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시설에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저상버스의 시작이 이 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겨우 도입하는 데 성공한 한 두 가지 중 하나다.
여전히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서울의 장애인들은 634대에 불과한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를 평균 32분 기다린다. (서울시설공단 장애인콜센터운영처 조사) 비수도권 지역의 사정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1984년 9월 휠체어 이용 장애인 김순석이 도로의 턱을 없애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음독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가 없애고자 했던 3㎝의 턱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높이 있다.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눈빛은 박경석 대표에게 폭력이 아니다. 그는 장차연을 향해 쏟아지는 '폭력시위'라는 말에 한숨을 쉬었다.
"진짜 폭력은 차별을 구조화시키는 이 사회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폭행하거나 협박을 했습니까? 출근길에 만나는 시민들께는 매우 불편한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권인 이동권을 박탈당한 장애인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셨는지요? 비장애인들은 어딘가를 이동할 때 길이 막힌다거나 버스가 늦게 오는 것 등 교통의 문제를 고민하지, 수단이 없어 걱정합니까?"
장차연의 시위는 탈시설화도 함께 요구한다. 탈시설화에 대한 문제도 이동권과 맞닿아 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삶은 어디에도 갇히지 않을 삶을 뜻한다. 탈시설화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초리는 일말의 동정이라도 있는 이동권보다 더 냉혹하다.
"탈시설화에 부정적인 것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마음이 있는지에 대한 답변일 겁니다. 사실 장애인들이, 특히 자신의 권리조자 말 못 하는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얼마나 큰 비용이 필요하겠습니까? 하지만 시설의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한 방에 10명씩 어떠한 자유도 없이 삶의 모든 것을 통제당하는 삶이 인간의 삶입니까?"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 어떻게 시설이 아닌 사회에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에는 이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인식과 함께, 그들의 가족이 겪는 혹독한 돌봄노동이 함께 있다. 장애 당사자들과 시설 종사자, 가족 등은 '사회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시설로 내몬 것은 사회라는 주장이다.
중증장애인 중 많은 수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고 사회 적응을 위해 어린 나이부터 학습을 이어나가면 지역사회에 섞일 수 있다. 장애배재적 교육과 사회의 부족한 자원이 이들을 시설로 내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25세에서 64세 장애인의 최종학력은 중학교 이하가 31.1%, 고등학교 45.0%에 달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만15세 이상 장애인의 고용률은 34.6%로 전체 인구의 고용률 61.2%의 절반 수준이다.
"복잡하지만 간단한 문제입니다. 비장애인도 인생의 어느 순간 겪는 문제입니다. 다치면 다리에 깁스를 하고 에스컬레이터가 없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더이상 가족에게 어떤 기여를 하지 못하는 노인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시설에 갇히기도 합니다. 모두가 삶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거지요."
지하철 시위의 향후 계획을 묻자 박경석 대표는 "정부의 대답을 들을 때까지"라고 답했다. 그동안 숱한 시위를 이어갔지만 그들이 들은 답은 예산을 집행하는 기획재정부의 "검토하겠다" 뿐이다.
"우리 사회는 20~30대의 건강한 남성을 기준으로 합니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위험과 불편함을 생각하지 못 하지요. 이러한 사회가 과연 적절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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