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를 끝으로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정원 미충족으로 인한 운영난을 겪고 있어서다. 가까운 거리에 있던 어린이집들은 5년 전부터 하나 둘씩 차례로 문을 닫았다.
22일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보육시설 현황'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시내 보육시설은 2017년 6226개에서 지난해 5049개로 약 19% 줄었다.
서울 전 자치구에서 보육시설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2017년 478개였던 보육시설이 작년 332개로 5년새 30.5%나 급감했다. 이어 관악구(-27.5%), 도봉구(-26.3%), 광진구(-24.3%), 성북구(-24.2%), 강서구(-22.7%), 강북구(-22.4%) 순으로 보육시설 감소율이 높았다. 대체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에 있는 보육시설의 타격이 컸다.
A씨는 "서울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젊은 부부들이 다 경기도나 외곽 쪽으로 빠지면서 아이들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며 "또 서울은 어린이들을 위한 인프라도 부족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아니어서 부모들이 애 데리고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은 지난달 발행한 정책리포트 제348호에서 "서울의 인구구조는 출산율 감소와 노년인구 증가로 고령화가 심화되는 중"이라며 "20세 미만의 영유아, 청소년 인구는 2000년 260만명에서 2040명 98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의 위기가 남 얘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A씨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더불어 양육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을 영유아 엑소더스(exodus·대탈출)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루는 어린이집 원생들과 함께 인근의 놀이터를 찾았는데 아파트 주민이 삿대질을 하면서 "왜 여기 살지도 않는 애들을 우리 놀이터에 데리고 오느냐"며 따졌다고.
서울연구원이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서울시의 놀이시설은 총 1만236개다. 이중 59%가 주택단지 내 주민공동시설로 공급된 놀이터에 해당되며, 놀이시설의 대부분이 개인 또는 단체 소유여서 실제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시설은 전체의 16%(약 1600여개)에 불과했다.
놀이터 수의 지역별 편차도 심각했다. 관악구 신사동은 2010년 이후 출생한 인구 1000명당 놀이터수가 2.6개소에 그쳤다. 반면, 송파구 가락1동의 놀이터 개수는 440.7개, 중구 명동은 65.8개로 시설 수가 관악구 신사동의 약 25배~170배에 달했다. 하후상박은 개뿔. 어른들의 셈법으로 놀이터 수에서조차 차별받는 서울의 어린이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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