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온라인 판매망 구축과 할인, 무인자 할부 등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뒤에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의 영향으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지속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차량 구매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갈증이 증폭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인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최대 1년 6개월이 소요된다. 자동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의 5월 기준 국산차 출고 시기 분석결과 현대차 아반떼 가솔린, N라인은 9개월을 기다려야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아반떼 HEV와 그랜저 HEV도 각각 9개월을 기다려야한다. 제네시스 G80은 6개월 대기해야한다.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5의 경우 각각 12개월을 대기한다. 스타리아 차량은 7~8개월을, 포터 일반 차량은 8~9개월을, 포터 EV는 12개월 이상이 걸린다. 제네시스 GV60, GV70, G70은 각각 12개월 이상, 8개월 이상,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차량을 받을 수 있다.
기아도 차량 다수가 출고 지연 현상을 겪고 있다. K3는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 선택시 3개월을, K5 LPi는 12개월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기아의 순수 전기차 EV6는 18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는 소비자가 웃돈을 주고 차를 구매해야할 상황이됐다.
아이오닉 5 구매를 위해 올해 초 계약한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판매 직원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전기차 계약에서 내연기관으로 바꾸면 신차를 구입 시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어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를 알아봤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전기차를 포기해야하나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장을 방문하면 다양한 할인 혜택과 출고 시기를 맞춰주려고 노력했지만 최근에는 배짱영업하는 매장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차량 판매시 소비자가 구입 비용을 일시불 전액 결제 할 수 없도록 해놨다. 차량 가격의 30%를 결제한 뒤 잔금은 12개월 할부 등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A 씨는 "국산 전기차 구매가 어려워 독일 수입차 견적을 받았는데 결제 방식이 확당했다"며 "캐피탈을 통해 할부로 구매하라는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주요 수입차업체는 자동차 판매로 연 2%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지만 전용 할부금융상품을 통해서는 20%가 넘는 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가격 인상도 또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전쟁 장기화 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러시아산 네온과 팔라듐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우크라이나산 와이어링 하네스 등 부품 공급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2024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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