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조 갈등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020년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이후 결성된 삼성전자 노조와 현대중공업 등 일부 기업들은 2021년도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으며 전통적 강성 노조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계도 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공급망 불안 등 대외적 악재 돌파에 나선 기업들은 노조 파업으로 실적개선에 발목이 잡힐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협상 갈등으로 이날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올해 첫 파업이다. 사측은 파업에 따라 해고자 문제 등 현안 합의를 전면 철회하겠다고 맞섰다. 노조는 28일부터 5월 4일까지는 8시간 전면파업으로 투쟁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현재 조선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인력난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조 파업은 경영 정상화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15일 기본급 7만3000원 인상, 성과금 148%, 격려금 250만원, 복지 포인트 30만원 지급, 해고자 복직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6.76% 반대로 부결됐다.
현대차 노사는 임단협을 둘러싼 입장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역대급 임금 인상 요구안을 내놓고 사측과 단체교섭에서 '굵고 길게' 협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때문에 올해 협상은 예년과 달리 타결되기 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는 다음달 초 상견례를 가지고 본격 협상에 돌입할 방침이다.
노조가 마련한 요구안은 크게 '임금성 요구안'과 '별도 요구안'으로 나뉜다. 임금성 요구안에서 우선 올해 기본급 인상 월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을 제시했다.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월 7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앞서 기본급 인상폭이 가장 컸던 2015년(월 8만5000원)과 비교해도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성과급과 관련해선 '순이익의 30%'를 요구했다.
임금과 별도로, 미래차 산업 공장 국내 신설과 전기차 모듈 라인 기존 공장 유치, '한시 공정 이외 촉탁직 폐지' 등을 통한 고용안정 등도 요구한다. 올해 교섭에선 특히 '한시 공정 이외 촉탁직 폐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특히 촉탁직 중에서도 시니어 촉탁제를 폐지해, 자연스럽게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만 61세로 늘리려고 한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만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노조는 현재 시니어 촉탁제를 시행하는 이유가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정년연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올해 새로 출범한 노조 집행부 성향이 강성으로 분류되는 만큼 쟁의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노사는 5월 10일쯤 올해 임협 상견례를 할 전망이다.
노조리스크의 무풍지대였던 삼성전자는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로 2021년도분 교섭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현재까지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노사협의회에서는 2020년도 인상률 7.5%를 바탕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근로자위원 측은 두 배 이상인 15.72%의 인상률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사 교섭의 경우 노조 공동교섭단이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휴식권 확대 등을 요구해 사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노조 특별회비 등 일부 내용에 합의가 이뤄지면서 조합원 찬반투표가 진행됐으나, 조합원 90.7%가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노조는 지난 2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조합원 찬반 투표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전자에선 1969년 창사 이후 아직 파업이 발생한 적이 없다. 만약 노조가 파업에 돌일할 경우 참여 인원은 4500명의 조합원으로 한정되지만 삼성전자 역사상 첫 파업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국제유가 급등과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불안 요소가 확산되고 있다"며 "노사가 협력을 통해 대외 악재에 대응해야 하지만 갈등만 키운다면 글로벌 경쟁력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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