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생기는 병은 대부분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고, 세력이 약해진 이후의 재앙은 모두 번성했을 때 만들어졌으니 군자라면 한창 풍성하고 왕성할 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老來疾病 都是壯時招的 衰後罪孼 都是盛時作的 持盈履滿 君子尤兢兢焉. 채근담)고 하였다. 이 경구는 모든 일이 뜻대로 되어 갈 때 더 조심하면서 인간의 됨됨이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도 된다. 그럭저럭 공짜로 얻은 돈이 원래 주인을 찾아가는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홀연히 가짜 주인을 떠나가는 모습만은 목격할 수 있다. 흔히 들어온 "돈을 벌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경구는 열심히 노력하여 번 돈이라야 진짜 제 돈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형님이 끼어들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려낼 수 있다던 '만사형통 시대'가 있었다. 그 형님께서 "벽장 안에 넣어 두었던 현금다발을 가져다가 그 비싼 집값을 냈다"는 보도가 있자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다 웃어댔다. 그리 용의주도한 분이 어찌 거금의 이자도 포기하고 아무데나 처박아 둘 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세월이 금방 흘러, 내편은 막무가내 치켜세우고 네 편은 덮어놓고 비난하는 편 가르기 사회, '내로남불 시대'가 되었다. 비싼 옷값을 카드로 냈다가 다시 현금으로 냈다는 괜한 변명에다 화려한 사진들이 겹쳐져 소시민들은 왠지 모를 쓴 웃음을 자아냈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는 우리 옛날 속담은 떳떳치 못하게 얻은 재물은 삶의 여유가 아니라 화근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날에는 남다른 아이디어와 기술개발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단숨에 큰돈을 벌수도 있다. 매년 산출이 일정하거나 자칫 줄어드는 단순재생산 사회에서는 정상적 방법으로는 거부가 되기 힘들다. 큰 부자가 되려면 힘없는 백성들을 괴롭혀 돈을 계속 빼앗든지,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재난을 당해 이웃이 굶주리는 틈을 타 그들의 논밭을 헐값으로 거둬들이는 못된 짓을 벌여야 했다. 남의 위기를 나의 기회로 이용하면서 이웃을 아주 멍들게 해야 하기 때문에 위의 속담이 생겨났을 것으로 짐작된다.
가난하고 힘없을 때는 곁눈질을 하며 굽실거리던 인사들일수록 어쩌다 돈을 만지기 시작하면 어느 결에 탈을 바꿔 쓰고 눈을 부라린다. 갑자기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듯이 거들먹거리며 아무나 업신여기려들다 혼쭐나도 그 때 뿐이다. 생각건대, 이들의 심성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라 저 자신도 모르게 원래의 모습이 들어난 현상이다. 물려받은 천성에다 살아가면서 굳어진 '생각의 지도'가 그리 쉽게 바뀔 리가 있겠는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꾀죄죄한 인간성이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어찌됐던 드러 내놓지 못하고 감추어야 할 현금뭉치에는 그 가짜주인의 땀방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한숨과 눈물이 스며들어 있음을 깨달을까?
주요저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호모 이코노미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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