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두 욕망한다. 타인의 꿈을 욕망한다."
자크 라캉의 '욕망이론'이란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라캉은 욕망의 척도를 타자(他者)라고 규정했다. 즉 인간은 타인이 원하는 것, 타인만큼 사는 것, 타인보다 더 잘 사는 것을 욕망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보다 잘 되기 위해 끊임없이 비교하고 노력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신분 상승 욕구도 모두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집값이 급등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더 큰 집, 비싼 집, 좋은 환경에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 그 요건을 갖춘 서울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당연하다.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는 많으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서울 중형 아파트값 평균 16억원도 어찌 보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집중된 만큼 가격이 오른 셈이니까.
욕망은 잘못이 아니다. 욕망이 없다면 인간은 모든 활동을 멈추게 된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관념이 존재하는 이상 인간은 욕망을 버릴 수 없다. 그리고 그 의지와 욕구를 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문제는 욕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타인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도덕적일까. 결론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집값 상승을 막겠다며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치면서 1가구 1주택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임기 말인 현재 청와대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4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노영민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도 다주택자이면서 참모들에게 집 한 채만 남기고 팔 것을 권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본인들 욕망은 실현하되 타인의 욕망은 짓누른 것.
5년 만에 보수정권이 집권한다. 새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마음껏 욕망을 실현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도 무섭다. 욕망 실현이라는 말 속에 어떤 불법적 행태가 숨어있을지 모른다. 또 이들은 왜곡된 권력 욕망을 추구한다. 실제 새빨간 거짓말이라던 도곡동 땅과 다스의 주인은 'MB'였다. 박근혜정부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졌다.
욕망을 실현하되 정의를 저버려선 안 된다. 정의는 누구나 욕망 추구를 가능케 하는 밑거름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욕망 추구는 발전에 도움이 된다. 윤석열정부가 이런 점을 깊이 새기고 국정운영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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