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월 한 언론사 편집국장과 부회장을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가 나중에 괜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당시엔 아무런 의심할 바 없는 만남이었다. 조 위원장은 업무 시간의 상당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언론사와 자주 만나기 위해서다. 언론사가 만남을 청하면 의례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만남은 양쪽 모두 명분이 있다. 공정위는 정책 홍보를 위해서, 언론사는 취재의 연장선상에서 자리에 나온다.
문제는 조 위원장이 만난 언론사가 당시 사위와 매제 등 가족 소유 회사를 은폐하고 일감을 몰아주기 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던 한 대기업 총수가 회장으로 있는 기업의 계열사였다는 점이다.
공정위 제재 결정을 앞둔 대기업이 계열 언론사를 앞세워 청탁을 시도한거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책 홍보를 위해 대변인이 배석하는 언론사와의 오찬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월 간담회도 그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간담회에서 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신년인사와 공정위 업무 소개 및 정책 홍보를 내용으로 한 대화가 전부였다"고 했다. 이어 "간담회 직후 사건처리방향의 변경과 관련한 청탁이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의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에 따라 외부인 접촉 보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실제로 해당 총수 사건에 대해 검찰 고발이라는 강도 높은 수준의 제재를 결정하면서 청탁 시도가 없었다는데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몇가지 아쉬움이 드러났다.
우선 애초부터 공정위가 언론사 취재진이 아닌 경영진을 만난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정책 홍보 차원이라면 취재기자와 데스크, 편집국장을 만나면 될 일이다. 공정위의 역할이 그간 관행으로 치부되는 일을 바로 잡는 일이라고 보면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야 할 일이다.
공정위의 피심인측과의 사적인 만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관행도 문제다. 사법기관이나 대학의 입시부서에도 업무의 공정성을 위해 회피·제척 제도를 두고 있으나, 공정위는 그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는 모양이다.
피심인측과의 사적 만남에 대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등 공정위 내부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공정위 한 부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은 조성욱 위원장이 참여하지 않는 소회의 안건이어서 위원장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청탁 시도가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건 피심인과 조 위원장이 만난 부회장은 공정위 임직원 행동강령에 있는 사건 관련 직무관련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조 위원장이 혹시 모를 의혹에 대비해 외부인 접촉관련 규정에 따라 보고한 것이라고 했다.
위원장이 만난 사람이 사건 직무 관련자여서 만나도 되는지 아닌지가 명확하지가 않았던 셈이고, 위원장은 노파심에서 규정에 따른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피심인 관련자와이 만남이 이렇게 이뤄진다고 보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관련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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