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을 기대해 볼 만 하다. 추위가 남았다 한들 꽃샘추위이니 품안에 파고드는 찬바람만 조심하면 될 일이다. 엄동설한 추위와는 그 바람결이 다르니 경칩 지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을 지나 삼월 삼짇날이 오면 봄의 최정상을 맞이하는 때이다. 조상들은 고된 농사일이라 할지라도 자긍심과 풍류를 잃지 않았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만인이 귀하게 여기는 생활 산업의 기본이자 토대로 농사일은 신성한 것이었다. 하늘의 뜻에 어긋나지 않고 땅의 도를 지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한 노동이라 여긴 것이다.
하여 일 년을 두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도 풍속에 있어 정월 보름 기도와 삼월삼짇날 시월 상달기도는 기도 효험에 있어서 으뜸이 된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선조들이 가장 길하게 여긴 숫자 3이 겹쳐지는 삼월삼짇날 기도는 한 해의 농사가 풍년이 되기를 기원함과 더불어 각 가정에도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비는 중요한 기도가 된다. 절기는 아니지만 필자가 중고등 학창시절을 지낸 70년대까지만 해도 농사의 중요성이 절대적이어서 삼짇날에 어머니가 부쳐주시던 화전의 기억도 생생한데 이제는 보기 드문 전통문화 정도로 박제되어 가고 있다.
지금 농사를 짓는 지방에서도 삼짇날 전통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지만 필자는 삼짇날 축원의식만큼은 소중히 여기고 있어 이 날 신새벽과 사시(巳時)중에는 신도분들을 위한 축원의식을 빼놓지 않고 있다. 정작 일년 농사 즉 추위로 움츠리던 몸을 털고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기에 적합한 때이며 일 년 중 양기운이 태동하여 에너지를 충전하는 날이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일일우일신이지만 다가올 삼월 삼짇날 기운을 가벼이 넘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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