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 음식 문화도 바꾸어 놓고 있다. 육식문화를 가진 서양에선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반면, 동양에선 숟가락과 젓가락을 쓴다. 그 중 음식엔 반드시 국물을 함께하는 탕문화를 지닌 우리나라는 찌개를 한 그릇에 담아 놓고 여러 사람이 숟가락을 이용해 퍼 먹는 문화가 있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도 숟가락과 젓가락이 있지만, 숟가락 용도는 음식을 덜어 먹는 용도다. 우리처럼 숟가락으로 퍼서 바로 먹지는 않는다. 예전엔 외국인 눈에 이런 문화는 이상해 보였고, 위생적이지 않다는 눈초리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찌개를 한 그릇에 담아 여러 사람이 퍼 먹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없게 됐다. 별도의 국자로 먹을 양만큼 덜어먹는게 보다 보편화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음식점에서도 덜어먹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따로 준비해 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덜어먹는 수저와 내 입에 대는 수저를 혼돈하는 경우도 많았으나,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배달 음식을 먹는 횟수가 늘고, 집밥 수요가 증가하면서 우리 먹는 문화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숟가락 푹 담그는 문화 '안녕'
정부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음식을 덜어먹고 숟가락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등 식사 문화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2020년 10월 ▲덜어 먹기 ▲위생적 수저관리 ▲종사자 마스크 쓰기 등 음식점 3대 실천과제를 발굴해 음식업계 실천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런 3대 실천과제를 준수하는 음식점을 정부와 지자체가 안심식당으로 지정해 홍보하고 있다. 지자체와 함께 지정한 안심식당은 올해 1월 기준 4만1000개소로 1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통계청의 2019년 기준 음식업소 52만8000개의 약 8% 정도다. 이 중 학교 등 대규모 급식소를 제외하고 일반 음식점을 기준으로 하면 안심식당은 10% 수준에 달한다. 식당 10곳 중 1곳이 안심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농식품부의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가급적 덜어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11월 만 19세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후 생활방역 인지도 변화 조사 결과를 보면, 음식 덜어먹기 실천율은 코로나19 이전 57%에서 코로나19 이후 92%로 높아졌다. 개인용기 사용(52%→91%), 거리두고 음식 섭취하기 (33%→88%) 등도 크게 바뀌었다. 이에 따라, 2020년 식중독 발생이 지난 5년간 평균 발생건수(343건)에 비해 52%(178건) 감소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안심식당으로 지정되면 지자체에서 음식을 덜어먹을 수 있는 집게와 국자를 지원해준다. 또 지자체에서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려 소비자들이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안심식당'으로 검색해 찾아 갈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신청은 시군 위생과에 신청하면 된다. 지자체별 안심식당 준수사항은 다소 다르다.
농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 박태준 사무관은 "점심시간 한창 바쁠땐 덜어먹기 실천이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코로나19에서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긴 안심식당을 검색해 일부러 찾아가시는 분들도 늘었다"며 "덜어먹기 캠페인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음식문화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물은 대체로 덜어먹지만 반찬까지 완전히 덜어먹는 건 아직 실천이 힘든데, 이런 부분을 정해 올해도 캠페인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집밥 증가, 음식물 쓰레기 '분리 배출' 실천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음식 문화 중 하나가 외식보다는 집밥이나 배달 음식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반면, 집밥 위주로 식생활이 바뀌면서 가정마다 음식물 쓰레기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하루 1만4000여t으로,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후 음식물 쓰레기는 매년 3%씩 증가 추세다.
이로 인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1년에 8000억원, 연간 20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금 덜 사고, 조금 더 쓰기'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우선, 장을 보기 전에 일주일 식단 계획표를 작성하기를 권하고 있다.
최소한의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면 식재료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콩나물 한 봉지를 구입해 콩나물밥, 콩나물국, 콩나물무침 등이 포함된 식단을 짜 두는 방식이다.
자투리 식재료를 모아 활용하는 것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요리하다 남은 자투리 채소나 고기 등을 볶음밥에 넣거나 육수를 낼 때 활용하면 된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구분해 분리 배출하는 일도 중요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나누는 기준은 크게 동물의 먹이로 쓰이느냐로 구분하면 된다"며 "소, 돼지, 닭 등의 딱딱한 뼈와 조개, 소라, 전복 등 어패류의 껍데기, 게와 가재 등 갑각류의 껍데기, 뾰족한 생선뼈 등은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4월부터 일회용품 사용 금지…다회용기로 음식 배달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도 다시 강화되면서 먹고 마시는 문화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선, 4월부터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금지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규제를 다시 되돌린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 각 지역에서는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폐플라스틱 급증 등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자 다시 규제에 나섰다.
규제되는 일회용품은 합성수지, 금속박 등으로 제조된 컵과 용기, 접시와 일회용 나무젓가락·수저·포크·나이프 등이 포함된다.
개정안에 따라 일회용품을 쓰다 적발되면 100평 이상 매장 기준 1회 위반 시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이상 2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오는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더 강화된다. 카페 등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도 사용이 금지된다. 대규모 점포와 대형 슈퍼마켓에서 시행 중인 비닐봉투 사용금지 대상도 편의점 등 종합 소매업과 제과점으로 확대된다.
음식점과 주점업은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 된다. 대규모 점포에서 우산용 비닐, 체육시설에서 플라스틱 응원용품도 사용이 금지된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음식배달업 중심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우선, 서울과 경기 등 8개 지역에서 다회용기로 음식을 배달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
환경부와 8개 지자체는 배달 음식업체에 다회용기 구매·세척비를 지원한다. 또 광주와 전주, 청주시 등 5개 지역에는 다회용기 세척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샴푸와 린스 등을 다회용기에 담아갈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화장품 매장도 늘리기로 했다.
제로웨이스트는 세제, 샴푸, 화장품 등 리필이 가능한 제품을 구매할 때 필요한 만큼만 무게를 잰 뒤 매장에 비치된 전용 용기나 개인 다회용기에 담아 가져가는 생활 속 친환경 실천을 뜻한다.
/한용수기자·원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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