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결제시장의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불전자지급서비스는 미리 충전한 자금을 이용해 물품대금을 지급하거나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선불금 발행·관리서비스다. 교통카드 티머니부터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가 모두 선불전자금융업에 속한다.
문제는 사실상 '예금'에 가까운 선불충전금을 보호할 수단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지급불능 상태에 대비해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충전금을 외부기관에 신탁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행정지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액, 54조원 규모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는 전자금융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채 선불충전결제서비스를 3년여 동안 운영했다. 그사이 회원 수는 100만명을 넘었고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머지머니(상품권)가 발행됐다.
머지플러스는 간편결제 사용 증가에 힘입어 단기간 급성장할 수 있었다. 간편결제는 도입 당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기반 서비스 위주로 운영됐지만 점차 선불충전 기반 서비스로 확대됐다. 전자금융업자를 통한 전체 결제에서 선불충전결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7.6%에서 지난해 27.6%까지 증가했다.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금액은 올해 1분기 53조9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이용건수는 같은 기간 28% 늘었다.
이 때문에 머지포인트 사태 피해자들은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선 미사용 잔액을 포함한 머지포인트 발행액이 현재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머지포인트 관련 소비자피해 상담 접수 건수는 지난달 13일 249건에서 19일 누적 기준 992건까지 늘었다.
◆카드사, 머지포인트 대금청구 보류
머지머니 판매 중단·사용처 축소로 '머지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카드사의 책임론도 함께 대두됐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머지포인트 연간구독권 구매시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고 KB국민카드는 올 하반기 머지포인트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국민카드는 환불 사태 이후 PLCC 발행을 보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카드사가 기본 검증도 없이 제휴를 맺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주요 카드사들은 머지포인트 할부 대금 청구를 당분간 보류키로 했다.
카드사들은 할부항변권을 제기한 소비자들에게 "이번 사태의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잔여 할부금 청구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머지포인트는 구매시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를 거쳐 카드사로 최종 결제되는 구조로, 카드사에 환불 요청을 할 경우 바로 결제가 취소되지 않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PG사에 요청하고 PG사가 가맹점인 머지포인트의 동의를 얻으면 비로소 결제 취소가 가능한 구조로 현재 상황에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지도에 그친 소비자보호
머지포인트는 거침없이 성장한 선불결제시장의 민낯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것이 '환불 여부'다. 선불충전금은 소비자가 송금·대금결제 시 사용하기 위해 미리 충전해 두는 것으로 금융기관 예금액과 동일한 성격을 띤다. 선불결제 이용자가 늘면서 충전금도 조 단위로 불어났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 7800억원이던 선불충전금 예치잔액은 2019년 1조7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선불충전금은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으로만 관리되고 있다. 이마저도 행정지도 수준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지급불능 상태에 대비해 선불충전금을 외부기관에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법적인 강제성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 전자금융업자 가운데 일부 업체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공개된 47개 전자금융업자들의 선불충전금 현황을 살펴보면 ▲티머니 ▲쿠팡페이 ▲이베이코리아 ▲하이플러스카드 등 11개 사업자가 외부 신탁 권고를 지키지 않았다. 5일 기준 이베이코리아 등 일부 업체만 시정명령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자금융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규제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 상정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선불충전금의 외부예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송금액의 경우 100%, 결제액의 경우 50%를 외부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고 있어 결제액의 예치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이 결제금액의 100% 외부예치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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