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의 한앤코 19호 유한회사에 매각된 것을 놓고 유통업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에서는 남양유업이 최근 잇따른 오너 리스크에 '불가리스' 사태까지 겹쳐 사실상 회사가 헐값에 매각된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남양유업을 인수한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지, 기업 이미지가 개선될 경우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할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분 과반수 이상을 보유한 오너 일가 홍원식, 이운경, 홍승의가 가진 주식을 모두 한앤코 19호에 양도하면서 1964년에 설립한 남양유업은 창업 58년 만에 주인이 바뀌었다.
남양유업은 지난 27일 홍원식 전 회장의 지분 51.68%에 홍씨 일가 지분을 더한 53.08%로 경영권을 넘기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가 한앤코로 넘어갔으며, 이에 따른 지분 매각 금액은 약 3107억원에 달한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이번 한앤코의 남양유업 인수가 헐값에 이뤄진 것이란 반응이다. 남양유업이 비록 지난해 77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유보 자금만 8000억원대이고 공주·세종 공장 등 공장 설비, 그간 쌓아온 영업 조직 및 제품력, 브랜드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회사 가치는 1조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고 있다.
한앤코는 그동안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온 회사로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함께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로 꼽힌다.
웅진식품·한온시스템·쌍용양회·대한시멘트·SK해운·에이치라인해운·케이카 등이 한앤코가 인수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며 이 가운데 특히 웅진식품의 경우 한앤코가 기업 실적개선을 통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바 있다. 한앤코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을 약 1150억원에 인수한 뒤 기업개선 작업을 통해 2018년 대만 유통기업인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약 5년 만에 두배 이상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이번 남양유업을 인수한 것도 과거 유사업종인 웅진식품을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경험이 배경이 됐으며, 오너 리스크 등을 제거한 뒤 기업개선 작업을 마치고 매각하면 최소 두 배 이상의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오너 리스크는 이번 인수로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이달 4일, 홍원식 당시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 사의를 표명했으며, 자녀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 지난 17일에는 이사회 내 대주주 일가인 홍 전 회장의 어머니와 아들 2인이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바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자사의 주력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77.8% 저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가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소비자들 사이에 불매운동이 부는 등 역풍을 맞았다.
이전에도 홍 전 회장 첫째 아들인 홍진석 상무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를 시킨 점, 홍두영 창업주 외손녀이자 홍 전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가 마약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하다 덜미를 잡힌 점 등 논란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계속된 오너 리스크에 기업 실적이 꾸준히 하락하며 우유업계 1, 2위 자리를 경쟁사인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에 내준 남양유업은 작년에 매출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아래(9536억 원)로 떨어지기도 했다.
새롭게 남양유업의 경영을 맞게 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전격 인수를 결정했다"며 "이사회 등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해 강도 높은 경영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교적 빠른 변화를 위한 결단이 남양유업에 내려진 만큼, 앞으로 소비자와 협력사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우선으로 남양유업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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