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반도체 대란과 노조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수익성을 높여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먹구름이 끼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와 기술혁신을 고려하고 있만 노조와 갈등으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간 74억 달러(한화 약 8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급변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미국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노조는 이같은 선제적 투자에 반기를 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6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하언태 대표이사와 이상수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가졌다. 양측은 다음 달 초 본교섭을 열고 본격적인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 일정을 예년보다 앞당기면서 지난해와 같은 '무분규 타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노조 측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투자를 확정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30% 지급 ▲노령연금 수령 전까지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 지난해보다 강화된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 측은 "국내공장 투자 확약 없는 일방적인 해외투자는 노사 갈등만 야기할 뿐"이라며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의 불신이 큰 마당에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과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이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미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아 노조도 현대차와 똑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단협 없이 임협만 진행하는 기아는 별도요구안으로 정년퇴직 인원 감소분만큼 신규인원을 충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아는 올해 초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첫 전용 전기차 'EV6' 공개와 함게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진행하려 했지만 노조 벽에 부딛혔다. 기아의 판매 노조가 EV6의 인터넷 사전 예약을 온라인 판매 본격화의 신호탄으로 인식하고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 올해 대규모 신차를 출시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글로벌 차동차 시장을 덮친 반도체 수급난으로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차량 생산량 감소로 수익성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나흘간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휴업한 데 이어 이달 24∼26일에도 가동을 멈췄다. 울산공장도 지난 17~18일 투싼, 넥쏘 등을 생산하는 5공장 2라인을, 18일에는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3공장을 각각 휴업했다. 이달 초에는 1톤 트럭 포터 생산라인이 이틀간 멈췄고, 지난달에는 울산1공장이 일주일간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기아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지난 17∼18일에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 중인 광명 2공장을 휴업했다. 기아는 그간 특근을 시행하지 않고 생산량을 조절해 왔지만 결국 국내 공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광명 2공장의 문을 닫았다. 미국의 경우 기아 조지아 공장도 4월과 5월에 각각 2일씩 휴업에 들어갔다.
생산 차질은 출고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반떼는 10주 이상 대기해야 하고 투싼은 고객에게 출고 일정조차 고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 5는 지금까지 4만5000여 대가 사전계약 됐지만, 첫 달 114대밖에 출고하지 못했다. 기아의 올해 야심작인 EV6와 K8 하이브리드도 사전계약은 성공했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고객은 연내 출고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상승되는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생산 원가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단가는 약 471달러로, 생산원가 내 비중은 약 2% 수준이다.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20% 일괄 상승하게 되면 생산원가는 약 0.4%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기아의 실적 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당초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평균치)는 약 11조8000억 원으로, 2012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 수준(11조9592억 원)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생산·판매 차질, 반도체 원가 상승, 품질비용 등이 발생하면서 하양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를 구할 수 없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1만 대당 감소할 수 있는 예상 매출액은 2400억원이고, 원가 상승분을 반영할 경우 영업이익은 2%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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