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및 패션 사업에서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은 긍정적인 표현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 됐다. 어려운 시기에 소비재를 취급하는 뷰티·패션 시장은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변화는 신축년(辛丑年) 어떻게 이어질지 살펴봤다.
◆ 2021년 뷰티 생존 전략
2020년 화장품의 경우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닐수도 있을 뿐더러 때로 꾸밈 비용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 활동을 줄어들게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유독 취약했다. 많은 뷰티 강자 기업들이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지만, 작년 영업 실적을 보면 그 해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통적으로 해외 시장,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온라인 매출이 쏠쏠했다. 지난 4분기 실적까지 추산해 63분기 연속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LG생활건강은 해외 매출이 늘면서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화장품 사업의 실적을 견인했다. 면세점 부문 타격이 큰 편인데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달성한 원인은 중국 온라인 판매에 있다. 특히 지난 11월 중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에서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둬들였다. 광군제 기간 동안 LG생활건강의 후 판매량은 글로벌 브랜드 에스티로더, 랑콤에 이어 3위에 올라서며 10억위안(약 1680억원) 뷰티 브랜드 클럽에 들었다. 숨과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도 우리 돈으로 약 26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뷰티 전문 기업 아모레 퍼시픽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이전 분기에도 비용 증가로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광군제에서는 최대 성적을 보여줬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174%까지 상승하며 K-뷰티 파워를 드러내고 있다.
아모레 측은 지난 12월 28일 "중국서 인기가 좋은 설화수와 라네즈는 독립된 본부(유닛)로 승격해 그룹의 핵심 브랜드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세안에서는 라이브 방송을 활성화하고 멀티 브랜드 숍(MBS) 채널과의 온·오프라인 협업을 강화해 나가며 유럽에서는 라네즈-세포라와의 파트너십을 다지면서 유럽 내 브랜드 인지도 및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해외 진출 방향을 설명했다.
이러한 해외 사업을 목적으로 대기업들은 2020년을 마무리하며 인사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LG생활건강은 2021년도 임원인사에서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 상무에 해당 인사에서 가장 어린 지혜경씨(38세)를 발탁했다. 지 상무는 지난 4년간 뛰어난 역량으로 중국 디지털사업을 이끌었으며, 급격히 진화하는 디지털 사업에 젊은 감성으로 발빠르게 대응한 해외 현지 여성 인재로 평가 받는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부터 중국 RHQ 부GM실장에 중국쪽 경영전략팀장·전략혁신 Unit장을 맡은 바 있는 황영민씨를, 중국 RHQ 이커머스 Division장에 글로벌 화장품회사 경력이 있는 Calvin Wang(캘빈 왕) 상무를 선임했다.
그러면서 김승환 아모레퍼식그룹 대표이사는 중국 이커머스 비중을 50% 이상 확대하고,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을 30%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 2021년 패션 생존 전략
내년에도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패션업계는 소비심리 침체와 불황에 맞서기 위해서 긴급 구조(R.E.S.C.U.E)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최근 "지금은 규모의 회복과 함께 완벽한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패션 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 심리를 상승시켜 규모를 회복하려면, 먼저 패션 유통의 축이 온라인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마켓 관점에서 디지털 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도입 단계인 라이브커머스는 일상적인 패션 유통 채널로 안착하고 있으며, 온라인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여러 장벽을 완화시키는 VR(가상현실) 등 기술 서비스의 개발로 이커머스·온택트 구매 현상이 더 강해질 것이다.
자사몰로 시작해 패션 종합몰에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몰로 거듭난 LF몰은 온라인 채널 성장의 좋은 예이다. LF몰은 헤지스, 닥스, 질스튜어트 등 자사 계열의 패션 브랜드는 물론, 프라다, 구찌와 같은 외부 명품 그리고 조셉조셉, 레프 암스테르담 등 리빙 카테고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약 6000여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판매처로 변모했다.
전통 패션 제조기업으로 유통 노하우가 전무했던 LG패션샵(LF몰의 전신)은 지난 2014년, 사명 변경과 함께 LF몰로 온라인몰 간판을 바꿨다. 이후 외부 패션 브랜드 입점을 본격적으로 서두르고, 모바일앱을 정식 론칭해 모바일 쇼핑시장에도 적극 대응했다. 30~40대 고소득 여성고객이 주류를 이루는 LF몰 특성을 감안해 뷰티계의 고급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키는가 하면, 2018년 3월에는 리빙관을 열었다. 또 지난해부터 LF몰 공식 SNS 채널에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를 공개 모집하는 등 동영상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LF몰의 강점은 업계 최초로 클라우드 펀딩 방식의 주문 제작 시스템인 라움에디션 마이슈즈룸을 구축하고,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과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경험의 장점이 결합된 O2O 사이즈 오더 서비스, 이테일러(e-Tailer) 서비스 등 변화를 추구해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LF몰을 통한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 온라인 주문을 증가시킬 수 있었고,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탐색하는 필터링 기능을 추가해 고객 편의성도 높였다.
선두주자인 LF몰뿐만 아니라 패션 명가 코오롱FnC와 한섬 등도 이같은 길을 걷고 있다. 코오롱 FnC는 아예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육성하고 인큐베이팅 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부터 각각 원마일웨어, 여성 오피스룩을 위주로 한 24/7, 아카이브 앱크 브랜드를 온라인 전용으로 론칭한 코오롱FnC는 지난해 어려운 와중에도 상·하반기에 걸쳐 새드스마일, 럭키마르쉐라는 신생 브랜드를 추가로 탄생시켰다. 모두 온라인에서 MZ세대에 주력하는 컬렉션으로 안착, 럭키마르쉐는 VR 마켓을 오픈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섬은 온라인몰서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VIP 고객을 공략한 뒤, 경기 이천에 연간 1100만 건으로 추산되는 물동량을 전담할 스마트온 센터 설립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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