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 가파른 오름세 속에 가려졌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반격이 기대된다. 세제 혜택뿐 아니라 주택도시연금과 퇴직연금이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공모리츠 활성화를 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해외부동산부터 주유소, 물류까지 다양한 기초자산을 편입한 리츠가 자리잡기 시작하며 국내 리츠 시장이 걸음마 단계를 뗐다는 긍정적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오피스와 리테일 자산을 보유한 기존 리츠보다 배당 매력과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수준) 상승 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6개리츠 상장 마쳐
23일 ESR켄달스퀘어리츠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공모가 5000원보다 4.43%(220원) 상승한 51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예견된 결과다. 지난 10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에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군인공제회, 코리안리 등 국내외 기관이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8.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 조짐을 보이더니 일반청약에서도 3.36대 1의 준수한 결과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것이 투자자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ESR켄달스퀘어리츠를 마지막으로 올해 증시에 6개의 공모리츠가 입성했다. 전체 상장리츠 13개의 절반 수준으로 이는 2001년 국내에 리츠가 도입된 이후 연간 기준 역대 가장 많이 생겨났다. 수익률과 별개로 상장리츠의 호황기였던 셈이다.
성과는 아직 기대 이하다. 이지스밸류리츠와 미래에셋맵스리츠,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가 공모가(5000원)를 밑돌고 있다. 국내 첫 해외부동산 공모리츠로 나선 제이알글로벌리츠는 0.23대 1로 미달했고 주유소 기반 코람코에너지플러스(1.54 대1)와 첫 아파트 기반 이지스레지던스리츠(2.6 대 1)도 아쉬운 결과표를 받았다.
배당을 받더라도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볼 것이란 우려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이후 증시가 잠시 조정 국면에 들어서며 연말 배당을 앞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오름세가 이어지진 못했다.
◆국내 리츠시장, 성장 사이클 진입
올해 상장한 리츠의 성과가 돋보이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기초 자산이 다변화된 데다 정책적 지원까지 겹치며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장리츠를 살펴보면 상업오피스 건물에 투자하는 이지스밸류리츠를 제외하면 모두 임대주택과 상업시설, 해외부동산, 주유소, 물류센터 등 제각각 다른 자산을 담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전세난 해소를 위해 내년부터 임대 목적의 주택을 공급하는 리츠도 임대 사업자로서 재산세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형 리츠에 대해선 주택도시기금 융자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젠 국내 리츠가 성숙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증시로 향해 있는 투자자금이 리츠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리츠는 증시처럼 꾸준히 우상향하는 시장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 설 때 잠시 주춤하다 가격이 낮아질 때 다시 늘어나는 사이클이 반복된다"며 "내년엔 리츠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보단 올해 커진 몸집을 유지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물류 관련 리츠를 가장 유망한 상품을 꼽았다. 코로나19로 배송물량이 늘어나며 물류센터가 부가가치가 높은 부동산이 됐다는 평가다. 그는 "과거 물류센터는 무조건 토지가격이 싼 외곽시설에 갔지만 요샌 자동화가 되며 시설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안으로 들어오는 추세"라며 "임대주택이나 오피스 리츠는 어느 정도 큰 시장이지만 물류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내년 초 설정될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디엔디플랫폼리츠 등 3개 리츠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들까지 총 16개의 리츠가 확보되면 리츠 지수를 신설할 계획이다.
김상진 한국리츠협회 연구위원은 "ETF가 상장되면 리츠의 안정적인 주가 관리와 함께 배당 매력도도 커질 것"이라면서도 "리츠의 기초자산(투자 대상)과 투자 구조는 물론이고 리츠 운용사와 임차인은 우량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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