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공모주의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이 현실화되며 공모가와 시초가에 끼었던 거품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 중 일부는 거품론을 의식하고 증권신고서 정정에 나섰고 주관사도 공모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시초가 인플레이션'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의식했다. 시장에서는 공모가 산정 방식과 기관 수요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표준 잣대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추진됐던 '공모주 개인물량 확대안'도 다시 논의되는 분위기다.
◆신규 상장사 공모가比 시초가 상승률 40%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48개(스팩·리츠·재상장 제외) 기업 중 시초가가 공모가를 넘어선 기업이 40개에 달했다.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돈 곳은 단 8곳뿐이다. 48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상승률은 40.69%에 달한다.
시초가가 공모가에 비해 높게 책정된 곳도 다수다. 빅히트, 카카오게임즈, 한국파마, 이루다, 제놀루션, 티에스아이, 에이프로, 신도기연, 위더스제약, SK바이오팜, 마크로밀엠브레인, 엘이티 등 총 12곳이 공모가보다 2배 상승한 수준에서 시초가가 형성됐다.
이 중 엘이티를 제외한 10곳이 하반기 때 등장했다. 공모주 열풍이 SK바이오팜에서 촉발됐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올해 상장기업 48곳 중 현주가가 시초가 이상인 곳은 3분의 1 수준인 16곳에 불과하다. 신규 상장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숫자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시초가 인플레이션 비판 속출
'시초가 인플레이션' 비판이 나왔던 이유도 그래서다. 공모가가 주가수익비율(PER) 대비 높게 책정된 상황에서 시초가도 부풀려지다 보니 낙폭도 커졌고 뒤늦게 뛰어든 개인의 손실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상장 단계 때 투자했던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니라 청약을 통해 공모주를 받은 기관이 높은 시초가를 주도한 뒤 보유 물량을 대거 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시초가는 상장 당일 개장 한 시간 전인 오전 8~9시에 공모가격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처음부터 곧바로 뺄 작정으로 높은 호가를 넣어 시초가 부풀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관사도 상장 주관을 따내고 수수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공모가를 지나치게 자율적으로 책정하며 이러한 인플레이션에 공범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빅히트의 공모가격 산정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도 쇄도하고 있다.
결국 공모가와 시초가에 대한 인플레이션 현상은 이제 전략적 가치를 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등 대형 공모주들의 내림세가 투자자들에게 학습효과로 작용하면서다.
최근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공모가 범위를 낮춘 예비상장자 투자설명활동(IR) 담당자는 "상장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당연히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적은 발행 수로 최대한 많은 금액을 조달하면 좋다"면서도 "빅히트 사례로 기관들이 공격적인 공모가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관사와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을 지금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다"며 "시장 눈높이에 수렴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관사 측에서도 밸류에이션을 높게 책정하는 전략을 꺼린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올해 공모주 열풍에 탑승한 투자자들의 장기 수익률이 특히 부진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공모가 산정 방식이 투명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수 년 간 사례를 살펴봐도 IPO 기업의 장기 투자성과는 좋지 못했다. 기업이 공모 당시 고평가돼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올해 상장한 IPO 종목들은 특히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PER이 아닌 '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를 사용하며 많은 비판을 받은 빅히트를 본 주관사 입장에서도 투자자들이 더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모가 산정 방식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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