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가 즐기는 스포츠
2000년대 초 군대를 갓 전역한 23세 청년의 눈에 종합격투기는 신세계였다. 국내 격투스포츠 붐이 일던 시절, 격투기 선수가 된 청년은 수많은 강자를 쓰러뜨리며 '1세대 파이터'로 전설이 됐다. 현재는 지도자가 되어 '주짓수 전도사'로 활동 중인 전(前) 스피릿MC 미들급 챔피언 임재석 관장(41)의 이야기다.
최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있는 종합격투기 체육관 '익스트림 피트니스'에서 임재석 관장을 만났다. 180㎝의 훤칠한 키, 군살 없이 날렵해 보이는 체격, 떡 벌어진 어깨, 도복 허리의 검정색 띠에서 그의 관록을 엿볼 수 있었다.
◆ 2005년 스피릿MC 미들급 챔피언 등극
체육관 입구에는 발열체크기와 손소독제가 놓여 있었다. 방역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 검사를 한 뒤 명부를 작성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관원들 모두가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두고 주짓수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임재석 관장에 따르면 익스트림 피트니스는 지난 2007년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주로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킥복싱을 가르친다. 주짓수는 유도를 바탕으로 한 브라질 무술로 관절기, 조르기, 누르기 등의 기술이 있다. 창시자인 카를로스 그레이시의 이름을 따서 '그레이시 주짓수'라고도 불린다.
임 관장은 어릴 적 군인, 경찰을 지망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체육 분야로 진로를 정한 뒤 용인대학교 경호학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격투가의 길을 걸었다고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고했다.
임재석 관장은 "운동에 소질이 없어 중학교 2학년 때 동네에 있는 킥복싱 체육관을 찾았다"라며 "군대 전역 후 격투기가 유행하면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은 국내에서 많은 분들이 격투기에 입문하던 시기였지만 격투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운동했다"고 말했다.
임 관장의 선수시절은 화려했다. 타격기술이 주무기였던 그의 이름 앞에는 '얼음송곳'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 2005년에는 한국 최초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스피릿MC에서 미들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킥복싱 전적 17전 15승2무, 종합격투기 전적 20전 15승5패의 성적이 그의 빛나는 과거를 말해준다. 체육관 한 쪽에 장식된 수많은 트로피와 챔피언 벨트가 이를 증명한다.
◆'주짓수' 남녀노소가 즐기는 스포츠
격투스포츠는 부상에 대한 우려로 위험하다는 인식이 많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그 두려움이 크다. 유명 선수였던 임재석 관장 역시 처음에는 다치는 게 일상이었다.
그는 "시합에 나가서 다치는 것보다 준비하면서 다치는 경우가 더 많다"라며 "그러나 부상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고 했다.
임 관장은 "선수시절에는 준비했던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경기 하이라이트에 나올 만한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기술을 연습 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임재석 관장은 요즘 주짓수의 매력에 빠져 있다. 관원들을 상대로 기술을 가르치는 그의 표정에서 진심으로 즐거움이 느껴졌다. 스파링(연습경기)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에게 주짓수 고수가 되는 방법을 물었다.
임 관장은 "반복훈련을 강조하는 체육관도 있지만 스파링을 자주 해야 상대방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실력이 늘 수 있다"고 비결을 전하며 "무엇보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꾸준히 수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주로 자기방어 혹은 건강을 위해 체육관을 찾는 분들이 많다"며 "예비수강생들이 부상 위험이 크다는 선입견을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짓수가 체격 좋은 젊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실제로 체육관에는 여성 관원들도 다수 있었다.
그는 "주짓수는 힘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다"라며 "힘이 약한 사람도 강한 사람을 언제든지 이길 수 있고 여자도 남자를 제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극복, 관원들에게 열정 배워
2020년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에게 힘든 한 해가 되고 있다. 임재석 관장도 마찬가지다. 유래 없는 팬데믹 사태에 올해는 수강생이 40% 감소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때는 방역방침에 따라 휴관을 해야 했다. 격투기 관련 대회들도 모두 다음해로 연기됐다.
그러나 그는 "자영업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 오히려 이 시기를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고 있다"며 "고민하는 시간에 운동을 더 하면서 관원들에게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날 어머니와 함께 익스트림 피트니스를 찾은 고등학생 A씨(17·여)는 "호신술을 배우고 싶어 체육관을 찾았다"며 "운동을 시작 하는 김에 다이어트도 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일상이 궁금했다. 임 관장에 따르면 새벽 일찍 일어나 운동을 시작한다. 실력이 녹슬면 관원들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출근시간은 오전 10시다. 낮에는 유소년 수업, 성인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다. 격투기 꿈나무들이 있는 선수반도 운영한다.
임 관장은 "가르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열심히 운동하는 수강생을 보면 나도 힘을 얻게 된다"며 "관원들로부터 열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관원들을 가르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그는 끝으로 "선수들이 더 좋은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회원들의 기량과 건강 증진을 위해 사고 없이 체육관을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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