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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새로운 직업군을 찾아서] "BTS 차량도 우리가 만들었죠" 벽화를 그리는 청년들

"노력할 수 있고, 노력을 오래 이어나가는 게 재능인 것 같아요. 미술이 흔히 재능이 필요한 분야로 비춰지지만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습니다. (고)"

 

"좋아하는 일도 일로써 접근하면 힘든 법인데, 좋아하는 마음과 일적인 균형을 잘 맞추는 능력은 결국 경험에서 오더라고요. (한)"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28일 저녁, 서울 마포구 이대역 앞의 반지하 작업실에서 고승영, 한해동 두 아티스트를 만났다. 두 사람은 거리 곳곳의 외벽이나 실내 벽 인테리어 등을 주로 작업하면서 종종 케이팝 아이돌의 뮤비에도 참여하는 등 무한한 작업 범위를 가진 아티스트 그룹을 이끌고 있다. 새롭고 신선한 것에 도전하고,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메세지를 공유하는 일에 적극적인 MZ세대, 청춘(靑春)을 대표하는 듯한 두 작가는 현재 무르익은 계절감과 어울리는 성숙한 마인드도 내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삶 속의 벽화'라는 뜻을 지닌 회사 '뮤럴라이프'에서 각각 대표(고승영· 29)와 핵심 멤버인 크루(한해동·32)를 맡고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며 선후배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해오던 벽화 아르바이트가 인연이 되어 지금의 크루를 결성하게 됐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대흥동에 위치한 '뮤럴라이프' 작업실에서 고승영(왼쪽), 한해동 두 작가를 만났다. /원은미 기자

- 어째서 벽화인가.

 

"(고) 벽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학교의 옹벽, 다리 밑의 낡아 부스러진 페인트칠에서 비롯돼 올드하다. 기존의 벽화 전문 업체가 빨리 진행하고 철수해 과정이 허술하고, 소재 또는 형태가 단순한 벽화를 예술적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또 전부터 벽화 일을 접하다보니 노동 강도와 예술성에 비해 처우가 좋지 못하더라. 그래서 직접 사업자 등록을 하고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뒷받침 하고자 했다."

 

- 벽화가 다른 작업들에 비해 힘든가.

 

"(고) 초창기에는 3일 일하고 3일을 앓아누웠다. 손을 위로 향하다 보니 어깨도 아프고 벽화라는 게 서서 그리니까 어쩔 때는 14시간도 사다리 위에 있다. 사용하는 근육을 계속 쓰고 있어서 그런 쪽으로 신체가 발달하는 것 같다. 그래도 벽화는 집중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서 즐겁게 임할 수 있다. 특히 벽화 광고 같은 경우에는 의뢰하시는 분의 입장보다는 저희의 예술가로서 의견이 좀 더 많이 반영되는 추세라서 성취감이 생긴다."

 

- 최근 작업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뭐였는가.

 

"(고) 최근에는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한 BTS 'Dynamite(다이너마이트)'의 무대 세트 제작에 참여했다. 재학 중에 무대제작소를 일을 겪으면서 세트장 작화를 배웠는데 그때의 경험치와 인맥이 모여 이번 건을 하게 됐다. 무대 장면 중 뷔와 RM이 차를 탄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주요 소품이 있는데, 그 차를 도색했다. 원래는 검은색 차였던 것을 이틀 만에 세련된 흰색으로 탈바꿈 시켜 스태프도 어디에서 가져온 차인지 물어볼 정도였다. 도색 업체도 사흘 걸린다는 것을 저희는 2일만에 작업하느라 힘들었지만, 전세계 많은 분들이 보고 계셔 남몰래 흐뭇할 때가 많다."

 

두 명의 아티스트를 포함한 크루가 항상 행복한 작업만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부산으로 출장을 갔을 당시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타고간 차량이 침수됐던 적도 있다. 거의 몸만 탈출하다시피 했을 상황에서 힘들고 지치기도 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가져간 시안을 공무원 관계자나 의뢰인 측에서 복잡하다는 이유로 거절한 때도 자주 있다. 1차원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 했던 노력들이 좌절되고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하는 돈벌이로 느껴졌을 경우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할 수 있는 원천은 크루들이 한데 모여 내는 시너지다.

 

지난 28일 오후 '뮤럴라이프' 작업실에서 답변하고 있는 고승영 대표(왼쪽) 모습과 최근 서울 연남동에서 작업한 결과물의 시안. /원은미 기자

- 크루들끼리 갈등이 생기지는 않는지.

 

"(한) 뮤럴라이프는 일반적인 다른 기업과 다르다. 저희는 출신이 다 미술 전공자이고,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리는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역할 분담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각자 능동적으로 역할 일부분을 해나가는 대신에 대화를 정말 많이 한다. 대화를 통해 시안을 하나로 정하고 정한 시안을 지속적으로 디벨롭시킨다. 그러면서 개인의 강점을 종합한 시안을 클라이언트에게 보낼 수 있다. 크루가 만들어지면서 각 작업에 적절한 인력을 손쉽게 모으고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하게 돼 일처리가 효율적이며, 더 나은 환경에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방향성도 잡혀가고 있다."

 

뮤럴라이프는 최근 한 달에 45일은 일한다고 농담할 정도로 찾는 곳이 많다. 뮤럴라이프에 의하면 카페의 아트 월이나 상점 등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벽화가 굉장히 많은 만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미된 그림을 위주로 그리면서 때로는 혼을 갈아넣는 기분이지만, 덕분에 또래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보다는 높은 임금을 벌고 있는 중이다.

 

- 마지막으로 미술 관련 취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한) 재능을 떠올리고 업계에 들어오면 실패한다. 미대를 나와도 졸업한 뒤 미술 안하는 친구들도 많다. 본인의 페이스가 있어 주변의 여러 말에 흔들리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내가 가 있는 분야 선배가 아니면 얕은 조언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고 넘기자. 어떤 작업이든 무엇이 더 좋고 나쁨이 없고 자신에게 맞는걸 계속 추구하면 된다. 자기가 뭘 잘하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했으면 그 길로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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