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규제 이대로 괜찮은가] (하) 대형마트 문닫자 한숨쉬는 주변상권
30일 오전 롯데마트 서현점을 찾았다. 일요일 점심시간임에도 마트 대로변은 한산했다. 정문과 후문에 '마트 고별'을 알리는 현수막만이 고객을 반기고 있었다. 마트 내부는 점포 정리로 분주했다. 롯데마트 서현점은 롯데쇼핑이 올해 8번째로 폐점을 선언한 점포. 31일이 마지막 영업날이다.
재고 정리 중인 의류를 고르고 있던 주민(50)명에게 마트 폐점에 관한 소회를 물었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오던 곳인데 문 닫으니까 아쉽다"고 말했다. 지역 공무원이기도 한 이 주민은 롯데마트 서현점이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묻자 "주변에 있는 롯데마트 판교점과 하나로마트, 이마트로 소비자들이 분산되다보니 매출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1층에 입점한 커피전문점은 롯데마트 서현점과 운명을 같이한다. 50대 점주 조 모씨는 다음날이면 자신의 매장도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아무래도 주고객층이 마트에 오던 손님들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해당 점포 실적이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컸지만 그전부터 경영난으로 인해 손님 수는 완만하게 줄어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트 측에서 폐점 이후 어떻게 되는지 말해주지 않고 있다"며 "더이상 장사를 유지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당분간은 일을 쉴 생각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트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막국수 가게 주인 또한 "대형마트의 영향권 아래에 있어 벌써부터 손님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 측은 "식사하고 장보러 가거나 장보러 왔다가 들르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이점을 누릴 수 없게 됐다"면서 "식재료 등 부족한 게 있으면 마트에 가서 살 수 있었는데 불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가게 직원은 "우리도 당장 뚜렷한 대응책은 없고 마트가 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동산에 계속 문의했지만 앞으로 어떤 업체가 들어설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한 경제지가 경기권 6곳의 대형마트 이용 고객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경기가 안 좋아질 경우 그 옆에 위치한 외식 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주변 점포를 동시에 이용하는 고객은 전체 이용고객의 60.86%로 드러났다. 대형마트 이용고객 10명 중 7명은 주변 점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용하는 업종으로는 음식점이 62.19%로 가장 높았다. 전통시장 역시 10.25%로 10명 중 1명이 이용했다.
지난 2018년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팀의 '대형 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도 대형마트와 같은 복합쇼핑몰이 주변 골목상권과 지역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에서는 폐점한 이마트 부평점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결제 데이터와 설문조사를 종합해 2년간의 상권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이마트 부평점 반경 3㎞ 이내 대형 슈퍼마켓은 폐점 이후 2년 동안 매출액이 소폭 증가했지만, 소형 슈퍼마켓의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또한 지난 1월 나온 '대규모유통업체의 출점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저널에서도 업종에 따라 대규모유통업체가 지역 내 사업체수와 종사자수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할 뿐 중소유통업체나 정책당국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대형마트가 지역경제에 반드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졌다. 오히려 집객효과로 인해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업종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유통학계에서 꾸준히 발표되고 있는 연구 결과는 '대규모점포가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파괴한다'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에도 정부는 마트 뿐만아니라 복합쇼핑몰도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마트 업계는 경기침체와 이커머스·편의점 등이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마트 점포들은 줄폐점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대형마트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됐다.
롯데마트는 이번 하반기에만 총 16개 매장을 폐점할 계획이다. 지난달 롯데마트 의정부점, 양주점, 천안아산점, 천안점 등 6곳을 영업 종료했고, 서현점과 금정점은 이달까지만 운영한다. 홈플러스도 안산점에 이은 대전 탄방점 매각을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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