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는 '빚투'가 늘어나 증권사도 신바람이 났다. 대출해준 신용거래융자 덕에 늘어난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중·소형사도 대형사가 독점하는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증권사의 신용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지만 수요는 줄지 않는 상황이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참여가 확대되며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는 신용거래융자가 늘어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4일 기준 15조9001억원 수준이다. 역대 최고치로 10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 '빚투' 16조 시대…고금리에도 수요 여전
덕분에 상대적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한 대형사가 막대한 이자수익을 챙기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1910억원의 이자 수익을 올렸고 NH투자증권(1640억원), 미래에셋대우(1390억원), 삼성증권(1160억원), 키움증권(77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의 대표적인 고이자 상품이다. 주식 투자금을 수 개월 빌려준 후 연 평균 8~9% 수준의 이자를 챙긴다. 한국증권금융에서 2%대 초반 수준으로 돈을 조달해 이자 수익을 붙여 개인투자자에게 신용·담보로 재대출하는 방식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까지 낮아진 만큼 돈을 조달하는 데 부담이 덜하다. 신용융자를 하며 많게는 8%포인트(P) 이상의 마진을 챙길 수 있다.
돈을 떼일 걱정도 적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해 대출받은 개인이 만기일까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주식을 강제로 매도할 수 있는 반대매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대부업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본래 투자자본보다 많은 금액을 굴리면 주가 상승때 레버리지 효과를 보게 된다.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면 이를 팔아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가 돈을 버는 구조는 금리 미스매칭과 기간 미스매칭"이라며 "금리가 높은 측면은 있지만 고리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비난할 순 없다"고 했다.
◆ 연 평균 이자 8~9%…중소형사도 기웃
이자수익을 많이 올린 증권사 5곳의 61~90일간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연 8~9%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연 8.8%, NH투자증권이 8.4%, 미래에셋대우가 6.9%, 삼성증권이 8.6%, 키움증권이 9.5%를 받고 있다.
이 외에 KB증권은 8%, 신한금융투자는 7.8%를 챙기고 있다. 공시대상 28개 증권사 중 8%대 이상 금리를 적용하는 증권사가 20곳에 달했다.
늘어난 '빚투'에 증권사도 신용공여 한도를 줄이기 위해 대출중단을 공지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신용융자와 증권 담보대출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이달부터 신용융자만 재개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KB증권도 예탁증권 담보대출을 중단 중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100%는 중소기업·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로 한정)로 제한된다.
이틈을 중소형사가 파고들고 있다. 지난 2분기만 해도 9.5%의 이자를 받던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7일부터 비대면 계좌 고객의 신용융자 이자를 7%포인트까지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한 만큼 대형사도 한도 조절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높은 조달 금리에 대한 비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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