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 등이 휴업하면서 농산물 납품 통로가 줄어들자 농촌이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변화하는 입맛을 겨냥해 양채(서양채소)를 길러내면서 위기를 돌파하는 곳이 있다. 바로 충북도 제천시 남부에 위치한 남제천이다.
남제천 농가들은 영농조합을 꾸려 소득을 늘려가고 있다. 네 개의 영농조합 중 하나인 제천 양채영농조합법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상반기 대형 마트에 유통하는 상품의 총매출액은 20억이다. 올해는 5월 기준 이미 30억 매출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10억원 증가한 상태다. 작년에 비해 5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 트렌드를 이끌다
제천 양채류의 판매액이 증가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 증대, 간편식의 확대하는 트렌드를 남들보다 먼저 포착해 작물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건강식에 관심이 많아진 만큼 샐러드를 주식으로 먹는 이들이 늘어났다. 브로콜리, 콜라비, 비트, 미니 양배추 등은 국내 전통채소는 아니지만 샐러드로 먹기 간편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천시는 약 30년 전부터 양채류를 집중 생산해왔다. 최근에는 '라디치오' 같이 생산하기 까다로운 작물 생산에도 착수하면서 15여 종에 이르는 생물들을 재배하고 있다. 본래 약재와 약초를 기본적으로 재배하던 제천시는 한두 농가가 양채류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농가소득의 시야가 바뀌었다.
1, 2, 3차 산업을 융합한 '6차 산업(농촌융·복합산업)' 효과도 있다. 원물을 가공해 온라인서 간편 식품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비트·사과즙'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온라인 배송으로 판매하는 즙류는 언택트(비대면)의 활성화와 함께 호황을 맞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톡톡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식품 가공을 통해 부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
상반기,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재배를 진행하는 이모작 덕에 수익도 1년 내내 꾸준하게 일으키고 있다. 농한기(농사일이 바쁜 철이 끝나고 한가로운 시기)가 짧아졌고, 가격이 높아질 작물을 유동적으로 바꾸면서 높은 수익률을 얻게 됐다.
◆ "아직도 연구 중이에요"
제천 양채영농조합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실패가 많았다. 한 번 종자가 들어오면 2년 동안 네 번에 걸쳐서 시험 재배한다"면서 "지역 재배에 알맞다고 판명 나면 공급받는다"고 말했다. 이곳의 농가들은 비교적 젊은 연령층을 동력 삼아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거리낌이 없었다.
제천 덕산면 브로콜리 재배는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연구 개발 덕에 양질의 채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브로콜리 농사를 하는 이곳 주민 이웅연(51)씨는 "올 봄에 수확한 작물들에 농약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농약을 최소화하면서 비용도 절감하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천시가 양채를 다량 출하하는 데는 연구 개발 이외에 여러 조건이 부합하기 때문도 있다. 월악산 기슭 아래 위치한 이곳은 중·고랭지 지역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15도 이상 차이나 기후적 조건이 양채류와 잘 맞는다. 석회암 지대라는 점도 양채의 맛과 향을 풍부하게 하는 요소다. 신선도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는 양채이기에 밭마다 냉장 창고와 저장 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 거기에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농민들의 노하우가 더해졌다.
제천양채영농조합은 매일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물량까지 합해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암양채영농조합 역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무리 없이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영석, 원은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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