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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푸드

'짜파구리? 진진짜라? 원조가 뭐야?' 식품업계, 미투상품 논란 재점화

먼저 출시된 진진짜라에 원조 짜파구리 선수 뺏겨

 

동원F&B '양반' HMR 국·탕·찌개류, CJ제일제당 '비비고' 제품 디자인과 유사

 

법적 다툼에서 원조 승소 어려워

 

(좌측부터)농심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 오뚜기 진진짜라 용기면

최근 출시된 '미투(me too)상품'의 인기가 원조상품을 뛰어넘자 식품업계의 미투상품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과 함께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짜파구리'가 지난 4월 실제 제품으로 출시됐다. 짜파구리는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이색 요리법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소비자들이 농심 SNS 계정에 짜파구리 제품 출시 의견을 남겼고, 이에 농심은 짜파구리 정식 출시를 검토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두 달여 만에 제품을 내놨다.

 

그런데 짜파구리가 출시되기 전, 먼저 나온 혼합 버전 라면이 있다. 바로 오뚜기의 '진짬뽕'과 '진짜장'을 결합한 '진진짜라'다. 진진짜라는 '짜파구리'가 공식 상품으로 출시되기 전인 지난 3월 시장에 나왔다. 농심 짜파구리 레시피가 '기생충'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자 그 인기에 편승해 비슷한 콘셉트로 진진짜라를 만든 것이다.

 

식품업계에선 인기 상품이 나오자 이와 유사한 제품을 만든 '미투 상품'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자신만의 요리법을 추구하는 '모디슈머'를 노린 마케팅이라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모디슈머란 수정하다는 뜻의 '모디파이'(modify)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합성어다.

 

오뚜기는 진진짜라를 설명하면서 "라면 두 가지를 섞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만들어야 하는 짜파구리의 본 요리법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원조 짜파구리보다 먼저 나온 진진짜라가 불티나듯 판매되고 있다. 명칭과 맛은 짜파구리가 원조더라도 소비자들은 먼저 나온 제품인 진진짜라에 손을 뻗는다. 시장에서는 짜파구리가 후발주자로 분류되며 원조 상품이 누릴 수 있는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누리는 것.

 

(왼쪽부터) 동원F&B 양반 차돌육개장,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차돌육개장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급성장한 가정간편식(HMR)시장에도 미투상품이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동원F&B와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파우치죽 디자인에 이어 올해는 국·탕·찌개류 HMR 제품을 두고 갈등 양상을 보인다. 최근 동원F&B가 출시한 '양반' HMR제품이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CJ제일제당과 동원F&B 사이 미투 상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동원F&B의 파우치죽의 포대 형태와 디자인 구성이 자사의 비비고죽과 유사하다며 특허청에 부정경쟁행위로 신고한 바 있다. 부정경쟁행위는 정당한 대가 지급 없이 다른 이의 경쟁력에 편승해 영업하는 행위로 상표 무단 도용, 아이디어 탈취, 상품형태 모방 행위 등이 포함된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CJ제일제당이 자사 즉석밥 '컵반'을 동원 F&B가 모방했다며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일각에서는 미투상품으로 시장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에 묻어가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투 상품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원조 상품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차별점을 부각한 미투상품이 전체시장 규모를 키워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3년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를 내놓은 뒤 국내 식품회사에서 미투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국내 HMR 냉동만두시장이 확대됐다. 또 대상 청정원이 지난 2016년 '안주야'를 선보인 뒤 동원F&B, 오뚜기 등이 뛰어들면서 안주 간편식 시장규모가 5배 가까이 확장됐다.

 

미투상품으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는 등 순기능도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세 제품 하나가 한 기업의 경쟁력으로 매출과 이익을 결정할 수 있는 식품시장에서 남의 공을 쉽게 가로채는 즉,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관련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투상품 인기가 원조를 뛰어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식품기업들의 연구개발이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다. 공들여 연구개발을 통해 상품을 내놓는 것보다, 경쟁사 제품을 쉽게 베낄 경우 개발비용, 마케팅비용 감면 등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연구개발 의욕을 떨어뜨리고 업계 전반의 제품 질을 떨어뜨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제품이 외면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바나나맛우유와 바나나맛젤리/빙그레

하지만 최근 원재료 값 상승 및 경제 불황으로 식품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줄면서 미투 관행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끊임없는 미투 관행에 업계에서는 소송전과 비방전이 발생하지만, 원조업체가 소송에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식품업계에선 미투 관행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미투상품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법원은 대부분 특허권이나 상표권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다. 제품의 맛이나 포장 용기, 디자인 등이 유사하더라도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면 승소하기 어렵다.

 

90년대 초부터 제과업계 라이벌인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초코파이, 마가렛트, 자일리톨껌, 후라보노 등의 상표권과 디자인을 놓고 소송전을 이어왔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없었다. 이례적으로 2017년 빙그레가 바나나맛우유를 표절한 바나나맛젤리를 상대로 승소한 바 있다. 바나나맛우유의 경우 1974년 출시돼 40년 넘게 한결같은 외관을 지킨 점이 인정받은 것.

 

업계 관계자는 "미투 제품이 쏟아지면 시장 파이를 키우는 효과가 있지만, 자칫 무분별한 제품의 등장으로 품질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미투 관행이 장기화할 경우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단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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