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동학개미운동'이 활발하지만 증권사의 실적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1분기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급증했지만 증권사의 실적은 크게 줄었다. 투자은행(IB) 부문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데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운용손실이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1분기 적자전환한 증권사도 6곳이나 나왔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적자전환을 공시한 증권사는 6곳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KTB투자증권, SK증권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사상 최대 실적' 랠리를 이어온 증권사여서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공시 발표 전부터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적자전환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1339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은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세계 주요 증시 하락으로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며 "별도 기준 분기 순손실은 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금융 파생상품의 평가손실 등으로 561억원에 달했고, 해외 주요 증시 하락으로 해외 펀드도 평가 손실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1분기 증권사 실적은 ELS 관련 손실 영향이 컸다. 자체 헤지를 하는 증권사의 경우 세계 주요 지수가 급락하며 대규모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삼성증권 역시 실적이 크게 줄었다. 1분기 순이익은 1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나 하락했다. 1분기 '동학개미' 열풍으로 주식계좌 개설이 급증하면서 수수료수입이 716억원 증가했지만 금융자산 손실 폭을 상쇄하진 못했다.
반면 최근 몇 년 동안 자체 헤지 비중을 낮춰온 대신증권은 금융자산 손실 폭을 줄여 오히려 전년보다 성장한 실적을 내놨다. 1분기 순이익은 47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20%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자기자본 규모에 비해 자체 헤지 비율을 낮게 가져간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1분기 순이익은 107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3% 줄어드는데 그쳤다.
메리츠증권은 올 1분기 순이익 10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7.6% 감소한 수준이지만 미래에셋대우 다음으로 1분기에 많은 돈을 벌었다. 자기자본과 비교하면 메리츠증권의 수익성은 견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분기 증권사 IB영업이 전면 중단된 상황 속에서도 메리츠증권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내실있는 IB를 해왔다는 방증"이라면서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모든 증권사가 내부에서 IB 사업의 옥석을 고르는 작업이 진행됐는데, 지난해 이연된 IB 실적과 1분기에 이뤄진 IB 거래 등을 통해 수익을 상당부분 방어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키움증권의 실적도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동학개미군단이 가장 많이 몰려든 증권사가 키움증권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키움증권 신규계좌 개설수는 전년 동기보다 395% 폭증했지만 1분기 순이익은 오히려 95.78% 감소한 66억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 실적 감소의 원인은 자기자본투자(PI) 적자전환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PI 부문에서 적자가 나며 전체 실적 부진을 견인했다"면서 "이달 들어 PI 부문은 적자를 회복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년 대비 실적 성장을 견인하기도 했다. 중소형 증권사만의 작지만 알짜인 IB딜을 무리없이 소화한데다 실적을 흔들만한 큰 위기도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증권은 올 1분기 순이익은 2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20.7%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1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현대차증권은 "전 사업부문의 견조한 수익창출이 눈에 띄는 가운데 리테일과 채권사업 부문의 약진이 1분기 호실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도 1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28.4% 증가한 1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주식 거래 활성화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고 채권 분야 전반에 걸쳐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면서 "IB 분야 등에서도 고른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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