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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태원 소상공인들 "30-40년간 버텨왔지만 출구 없는 사태는 처음…장사 접을까 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일부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된 지 엿새째. 13일 오후 이태원을 찾았다. 이전에는 한낮에도 붐비던 지하철 이태원역의 출구가 어쩐지 썰렁하다. 출구를 올라오면서 걱정에 빠진 한 주민의 통화 내용이 들린다. "뉴스 봐라, 여기 큰일 났다. 마스크 안 쓰면 버스고 지하철이고 못 타게 한다."

 

출구를 나와 이태원 역 앞 대로변을 관찰했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한 손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거리서 터키 아이스크림을 팔던 상인은 없어졌으며, 케밥 집이 여러 개 있으나 단 한 곳에만 한 테이블 손님이 있었다. 3층짜리 단독 건물을 자랑하던 이태원 지점 커피 프랜차이즈엔 이날 오후 1시경 손님이 모두 네 명뿐이었다.

 

13일 오후 한산한 이태원의 거리. /원은미 기자

1번 출구 앞에 있는 옷가게에 들어가 봤다. 40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사장 나용순(73세) 씨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간 누구보다 성실히 일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책상 유리 아래 깔린 명함들을 보며주며) 유명인사와 외국인들이 많이 다녀갔지만 지난 며칠간 손님 한 명도 없다. 당연히 매출도 없다"고 밝혔다.

 

나씨는 "이건 정말 사상 초유의 사태다.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이르렀다.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절망했다. 또 "임대료가 석 달을 밀렸다. 주인이 임대료를 30% 정도 인하해준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도리어 물었다. 나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깎아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근처 신발 가게 사장(50대)은 30년 이상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신발을 한 켤레밖에 팔지 못했다. 그는 최근 우울증 증세까지 호소할 지경이다.

 

"지금은 파리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며 허탈해했다. 이어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는 거다. 나처럼 불만 켜두는 집이 많다. 보시다시피 건너편에도 가게 빈 곳들이 많다. 장사를 접을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곳 사장의 말처럼 건너편에는 한 블록 건너 한 블록마다 텅 비어 있었다.

 

점심 무렵 큰길가 2층에 위치한 식당을 찾았다. 스무 테이블 이상을 보유한 비교적 넓은 면적의 이 식당에는 손님이 5명 가량 식사하고 있었다. 식당 주인은 현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태원에 살고, 여기서 장사한다고 하면 다 코로나 걸린 사람으로 봐서 정말 힘들다. 그런데 이 동네 아니어도 확진자는 많다. 선입견 탓에 좋은 입지에 자리한 이 식당에도 피크 타임에 한 두 테이블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하소연했다.

 

이 지역 소상공인들은 전체적으로 비상이다. 이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아무도 모르며, 이미 포기한 이들도 있다. 클럽 발 직격탄이 이태원을 침잠시키고 있다.

 

13일 오후 이태원에 한 건물 전체가 텅 비어있는 모습. /원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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