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도시 생활물가지수(Numbeo) 및 추이. /한국은행
우리나라 물가수준은 주요 선진국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생활물가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생활물가는 미국 뉴욕,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등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리나라 소득수준은 선진국 평균 수준인 반면 서울의 임대료 수준은 세계 8위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1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주요국 물가수준의 비교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활물가 수준은 서울의 경우 전세계 337개국 도시 중 26위로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한은이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사이트 넘베오(Numbeo)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Numbeo는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주요 국가와 도시의 생활물가, 부동산가격, 인구 등에 대한 통계를 제공한다.
2010년대 초반 이후 도쿄, 파리, 런던 등 주요 대도시는 뉴욕 대비 상대적인 생활물가가 하락한 반면 서울은 상승해 뉴욕과의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
서울의 식료품, 의류는 뉴욕보다 비쌌다. 품목별 생활물가를 보면 서울의 식료품물가는 지난달 8일 미 달러화 기준 128.8달러로 뉴욕(111.7달러)보다 비쌌다. 식료품물가는 우유 1ℓ, 빵 500g, 쌀 1㎏, 치즈 1㎏, 사과 1㎏, 닭고기 1㎏, 계란 12구, 물 1.5ℓ 등 18개 품목을 살 때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한 것이다.
의류물가도 332.8달러로 뉴욕(298.2달러), 도쿄(319.3달러), 런던(314.7달러)보다 높았다. 의류물가는 청바지 1벌, 원피스 1벌, 러닝화 1켤레, 남성구두 1켤레를 사는 비용을 말한다.
주요도시 품목별 생활물가(Numbeo). /한국은행
반면 서비스 가격과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는 물가 수준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식당 2인 정식과 맥도날드 각 1식을 기준으로 산출된 외식비와 피트니스 클럽 1개월 이용료 등 레저비, 대중교통 편도요금 등 교통비, 통신비, 유치원·어린이집 교육비 수준은 이들 도시에 비해 모두 낮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의 산하 연구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도시별 400명 이상 대상, 160개 이상 품목의 가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생활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에서는 서울의 생활물가지수가 뉴욕(100)보다 소폭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빅맥지수(각국의 빅맥가격/시장환율 비율)는 2000년대 들어 상승세를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빅맥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지역, 일본, 영국 등에서 하락하거나 상승세가 둔화된 반면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상승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맥지수는 미국 달러 기준으로 평가한 각국의 상대적인 빅맥가격 수준을 의미한다.
주요도시 번화가 임대료 및 주요국 연간 평균임금. /한국은행
국가별 물가수준은 대체로 소득수준과 양(+)의 관계를 나타냈다. 소득수준을 고려한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은 선진국 평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가별 물가수준 차이는 소득뿐만 아니라 임대료, 물류비용, 인건비 등 기타비용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의 영업용 부동산 임대료는 조사대상 446개 도시 중 8위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의 번화가 임대료는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주요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도시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위 30개 도시 평균의 1.4배에 달했다.
물류비용도 높았다. 우리나라의 물류성과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3위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지수가 낮을수록 비효율적이라는 의미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평균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며 "하지만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서울이 주요 도시 가운데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