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품 이름에 'D'만 들어가도 고객들이 손 사레를 친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들린다. 증권업계는 사모 투자상품 판매 수수료가 쏠쏠했던 만큼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들어 현재까지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은 7조17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이후 매달 10조원 이상의 돈이 모이던 사모시장이 위축된 셈이다.
실제 지난 7월부터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해외국채금리 파생결합증권(DLS·DLF) 대규모 손실 사태가 터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 6월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은 10조9895억원에 달했지만 8월 들어 6조9350억원으로 36.9% 줄었다.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자체도 줄었다. 고객의 청약이 들어와야 발행을 할 수 있는 특성상 고객 수요 절벽이 원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 DLS 발행 상위 10개 증권사는 사모형 DLS를 총 1조7540억원어치 발행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6361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11월은 현재까지 9751억원이 발행되는데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생형 펀드 신규 설정액은 지난달 2000억원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최근 투자자들은 사모형이고 파생상품인데다 'D'가 들어가는 상품은 쳐다도 안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당분간 사모펀드 시장의 냉각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이 현행 1억원인 사모펀드 투자 기준을 3억원으로 늘리기로 한 것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한 계기는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춰졌기 때문이다"면서 "투자 기준이 다시 높아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4분기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감소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판매사 자체 내부 리스크 관리도 강화됐다. 상품 개발이 까다롭고, 판매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는 또 다른 투자처 발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랩어카운트'(WrapAccount)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예탁 자산을 투자자의 성향에 맞게 관리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금융상품이다. 랩어카운트 최소 가입금액은 증권사가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사모펀드보다 문턱을 낮게 설정하면 사모펀드 투자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메리츠종금증권은 '메리츠펀드마스터랩'을 출시했고, KB증권은 인컴형 자산운용 역량을 집약한 'KB 애이블(able)글로벌 배당형 랩(월지급식)'의 최저가입금액을 3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춰 리뉴얼 출시했다.
신긍호 KB증권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장은 "랩어카운트 상품은 국내 투자상품 뿐만 아니라 해외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 등을 모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면서 "최저 가입 기준을 낮춰 더 많은 고객이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