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리(한국명 이정환) 마인드에이아이(AI) 대표가 메트로신문과 만나 자사가 개발한,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추론형 AI 엔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마인드 AI
인공지능(AI)은 인간이 학습을 시키고 추가적인 학습을 거듭해 판단을 내리지만 AI가 왜 그런 판단을 내리는지 이유를 알기란 어렵다. 하지만 국내 한 AI 전문 스타트업이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추론형 AI 엔진'을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기술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 개발된 것이다.
마인드에이아이(AI)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국내와 미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미국·캐나다·루마니아·우크라이나·태국 등 6개국의 개발자들이 원격으로 참여해 13년 동안 엔진을 개발해왔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투자업체인 REDDS캐피탈, 퀘스트캐피탈, 제네시스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폴 리 마인드AI 대표가 컴퓨터 분야 주요 학회 연합체인 ACM이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한 AI 국제 컨퍼런스 'AI디센트럴라이즈드'에서 강연하고 있다. /마인드 AI
폴 리(한국명 이정환) 마인드AI 대표는 "지금까지의 AI는 어떻게 결론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라는 점이 맹점이었다"고 설명한다.
"2016년 3월 이세돌과 AI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해 큰 화제가 됐다. 알파고는 확률 게임으로 경기를 진행하는데, 이 곳에 뒀을 때 82.126% 이긴다고 판단하면 바로 실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알파고가 왜 그 곳에 바둑돌을 두는 지 기사들이 이유를 찾지 못했다."
폴 리 대표는 20살 때부터 영국과 한국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해왔던 사업가로, 영국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한 후 국내로 넘어와 한국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이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격진료 등 IT와 의료를 결합한 사업을 하기 위해 의대를 선택한 것이다. 미국에서 원격진료를 목표로 의료정보 사이트인 'Curely'와 반려동물 의료정보 사이트인 'Kuddly'를 운영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SF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 기술을 만들고 싶다'며 AI를 만드는 상상을 해왔다. 하지만 IBM왓슨에서 에코시스템 도메인 리더로 개발에 참여했는데 현재의 AI가 제가 생각했던 AI와는 너무 달랐다. 'AI는 지능이 있어야 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뚜렷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였다."
그러던 중 9년 정도 미국에서 AI 엔진을 개발해오던 존 도(John Doe)가 연구한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고, '자신이 찾던 바로 그 AI'라는 확신에 사비를 털어 그의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2017년과 2018년에 특허 출원을 시작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폴 리 대표는 마인드AI가 개발한 '범용 AI 엔진'의 핵심은 인간의 추론을 공식화한 것으로, 이 같은 새로운 데이터 구조를 '캐노니컬(Canonical)'로 정의했다.
"기존 챗봇 플랫폼은 '빨갛다'라는 것을 AI가 알아듣도록 50종류로 단어를 입력한다. 다른 AI가 뉴럴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데 저희 AI는 심볼릭을 사용한다. 저희는 언어를 이해하는 포뮬러(공식)를 찾아 특허를 획득했고, 이 포뮬러로 어떤 이론을 써서 결론을 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다른 챗봇들은 중력에 의해 물건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위해 물건들을 다 던져봐야 하지만, 자사의 AI는 '지구에서는 중력에 의해 물건이 떨어진다'는 룰을 넣어주기 때문에 무게가 있는 것은 다 떨어진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사람이 이사하면 집이 새로 이사한 곳으로 바뀐다'는 규칙을 AI에 입력해놓으면, '홍길동의 집이 서울이다', '홍길동이 대전으로 이사했다'는 내용을 차례로 제시하면 AI는 '홍길동의 집이 대전'이라는 점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지금 나와있는 챗봇들은 이용자가 '오늘 날씨 괜찮죠'라고 날씨 얘기를 하다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가 다시 날씨 얘기를 돌아오면 대부분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개발한 AI는 자연어를 이해하기 때문에 주제가 바뀌어도 이해할 수 있다."
폴 리(이정환) 마인드AI 대표가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추론형 AI 엔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마인드 AI
그는 범용 AI 엔진을 의료, 금융, 법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우선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현재 태국에서 6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한 유명 통신사에 자사가 AI 엔진 기반으로 개발한 챗봇을 제공해 잘 구현되는지 시범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7개월 정도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이 챗봇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내년에 저희 AI 엔진의 오픈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출시할 계획인데, 전기료처럼 사용한 만큼 돈을 받을 계획이다. 저희의 추론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고, 물을 어떻게 더 깨끗하게 만들지 연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픈소스로도 기술을 제공할 생각이다."
폴 리 대표는 또 내년에 AI 엔진을 블록체인 기술과 연결할 계획이다. "커뮤널(공동의) AI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생각이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기 때문에, '커뮤널 AI 지식포럼'을 만들어 전 세계 누구나 AI 개발에 참여하면 마인드AI 엔진이 더 똑똑해지고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 때 블록체인이 해킹의 위협에서 안전하게 보호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