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는 결혼이라는 제도로 '나'와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잠재적 타인들을 포함한 '나를 둘러싼 세계'로 시야가 확장된 작업들을 선보인다./사진=이민희 기자
한국화의 젊은 아이콘 김현정 작가의 개인전이 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 아트센터1층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김현정 작가가 대한민국 청년작가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한국미술협회와 금보성 아트센터의 후원을 받아 열리는 것이다.
김현정 작가의 23번째 개인전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는 타인과의 관계 맺기 속에서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할 기대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아 의식 정립 과정을 다룬 것으로 김 작가의 '내숭 시리즈' 연장선에 있다.
이번 전시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는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 작가가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그리고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과 마주해야 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경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을 비롯한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 독립을 위한 막막함, 출산과 육아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 며느리라는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전하고자 한다.
김 작가는 "명화의 구도와 채색이 화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명작의 패러디라는 위트 요소가 결혼이라는 민감한 주제가 던지는 중압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과 결혼 적령기의 자녀들이 함께 전시를 보러 오게 되는 상황을 상상하면, 위트의 매력이 한층 빛을 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계란 한 판의 나이를 갖게 된 내 또래들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어른들 중에는 '때가 되어 어쩌다 하게 된 결혼생활이었다'고 하시면서도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 '때가 되었으니 결혼을 해야 한다'는 비합리적 강요를 하는 분들이 있다. 나는 그런 생각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자신이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사진=이민희 기자
김현정 작가는 "'올해는 우리 딸이 시집가는 것이 소원'이라는 엄마의 넋두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도 끄떡없을 줄 알았는데 그 동안 큰 스트레스로 쌓여 가고 있었던 건지 어느 순간부터 내 작업 방향이 결혼이라는 주제를 응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정립해가는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지 위에 수묵과 담채, 콜라주, 125 x 190cm, 2019/사진=김현정아트센터>
작가는 "추석 연휴는 젊은이들이 결혼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때가 되었으니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되는 시기이다. '계란 한 판'의 나이인 사람들이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부모님과 함께 공기 좋고 조용한 평창동으로 나들이 해볼 것을 추천한다. 재미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자연스럽게 교환하다 보면, 세대 간 생각의 차이가 조금은 좁혀질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이 함께 전시를 보며 소소한 감상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한지 위에 수묵과 담채, 콜라주, 199 x 428cm, 2019/사진=김현정아트센터>
전시장에 마련된 설문지 코너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동시에 모든 세대들의 결혼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과 마주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스튜디오 에이파트(김도형 사진작가), 황금바늘(김영미 원장)과 협업했다. 김현정 작가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된 사진 전시 등 작가의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명절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김현정 작가는 선화예술학교와 선화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와 경영학과를 총동창회장상을 받으며 졸업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동대학원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서울시 홍보대사를 맡고 있으며, 여러 대학교와 기업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내숭'이라는 주제로 22번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전시 그림이 완판되는 등 다양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참신한 발상과 주제, 표현 기법은 '당돌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정통 동양화의 이론과 기법에 기초해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화단의 유망주이다.
김현정 작가의 2013년 개인전 '내숭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며 큰 화제가 됐고, 이어진 개인전 '내숭올림픽'(2014)과 '내숭 놀이공원'(2016년)역시 수많은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특히 2016년 전시는 국내 작가 개인전 최다 관람객인 6만7402명의 누적 관객 기록을 세웠다. 김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초청됐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독일문화원에서 초대 개인전을 여는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