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를 조짐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말 1200원 가까이 올랐다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30원 넘게 하락(원화 가지 상승)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 다시 1180선까지 상승하며 달러당 12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오른 달러당 118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2.0원 상승한 달러당 1183.5원에 개장한 환율은 이날 오전 1186.2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높인 후 오후에 상승 폭을 줄였다.
최근 환율은 급락과 급등을 보이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달러당 1135.1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4월 말 1168.2원, 5월 말 1190.9원까지 오르며 1200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6월(1154.7원)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등으로 30원 넘게 하락했다. 이후 7월에는 달러화 강세, 국내 수출지표 부진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다시 상승하고 있다.
덩달아 환율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전월 대비 원·달러 환율 변동률은 3월 0.21%에서 4월 0.28%, 5월 0.30%, 6월 0.32%, 7월(1~17일) 0.36%로 확대되고 있다. 같은 기간 변동폭도 3월 2.4원에서 4월 3.3원, 5월 3.5원, 6월 3.7원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원화가치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 중반 언저리에서 계속 머물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환율은 달러화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시기에는 약세(환율 상승)가 되고,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는 시기에는 강세(환율 하락)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 여파로 1200원 선을 위협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인 데다 일본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금융시장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분쟁 확대 등으로 달러 강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꾸준한 네고와 당국의 상단 관리, 완만한 외국인 주식 매입세에 환율 상승이 억제되고 있으나 관련 긴장은 환율에 강한 지지력을 제공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일본이 다음 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져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 및 원화 환율 추이.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변동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환율에는 금리 외에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준다"며 "최근 미·중 무역협상 전개가 상당히 불확실했던 점,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감 등이 대외 교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줬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외환시장에서는 국내외 경제지표 부진과 통화정책 완화 기대로 시장금리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가와 환율은 대외여건 변동에 따라 상당폭 등락했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최근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지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