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 후폭풍] 서울 8곳 포함 11개 자사고 일반고 전환… 행정소송 이어져 학생 피해 우려
자사고 측 "행정소송 할 것" 혼란 이어질 듯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이 대거 지정취소 위기를 맞는 등 올해 시도교육청의 재지정평가를 받은 자사고 24교 중 절반에 육박하는 11곳이 교육부 동의를 거쳐 내년 일반고로 전환될 전망이다. 자사고와 학부모들은 행정소송을 예고해 당장 내년 신입생 선발을 앞둔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자사고가 고교서열화의 주범이라는 교육당국의 판단과 수월성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면서 교육계 논란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는 서울 자사고 13교 중 8교는 기준점수(70점)에 미달했다. 앞서 평가대상 자사고 13교는 지난 4월5일 자체 운영성과 보고서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고, 교육청은 외부 현장교육전문가 20명으로 평가단을 구성해 학교가 제출한 보고서와 증빙 서류에 대한 서면평가(~5월6일), 학생·학부모·교원 온라인 만족도 조사(4월22일~5월1일), 현장평가(5월7일~6월3일)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전주 상산고, 안산 동산고, 부산 해운대고와 서울 8개 자사고 등 올해 평가를 받은 24교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1교가 일반고 전환 위기에 놓임에 따라 해당 학교가 행정소송에 나서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청문절차를 거쳐 교육부가 동의하는 절차를 앞둔 가운데, 현 정부가 자사고 폐지를 공약한만큼 교육부 동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서울시교육청 자사고 평가 결과가 나오자 "청문 절차 완료 후 지정취소에 대해 동의를 요청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운영성과평가 내용과 절차의 위법 부당성, 평가 적합성 등을 엄중히 심의해 학교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신속하게 동의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상당수 자사고가 입시교육에 집중하면서 자율적인 학교 운영을 통해 다양한 고교 교육 모델을 만들자는 당초 자사고 설립 목적에 어긋나게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우수 학생을 선점해 입시교육과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라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낸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평가에서 평가지표 관련 부당성 논란 등이 제기됨에 따라 자사고 요청사항 등을 평가 매뉴얼에 반영해 평가를 진행했다면서 공정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학생전출 및 중도이탈비율'의 경우 전 가족의 타시도 이전이나 해외유학, 운동부 진로 변경 등 타당한 이유로 인한 전출이나 중도이탈 수는 통계에서 제외했고, '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에는 정원 외로 채용한 기간제교사, 시간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도 포함했다.
자사고와 학부모, 교원단체 등은 이러한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발하고 있고, 일부 교육시민단체는 자사고 폐지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교육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문절차 중인 상산고와 해운대고 등은 교육부 동의 여부에 따라 행정소송을 할 예정이다. 상산고의 경우 재지정 평가 기준점수(80점)가 타 시도와 비교해 10점 높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김철경 회장(대광고 교장)도 앞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을 밝혔다. 김철경 회장은 "평가결과 발표 후 우리의 입장이 더 강경해졌다"면서 "구체적인 평가결과가 통보되면 면밀히 살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도 한 학교라도 지정취소가 결정되면 공동 대응하기로 한 바 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이날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자사고 존폐를 반복해선 안된다"며 자사고 폐지 정책을 비판하고 "자사고 등 고교체제는 국가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로 결정할 일이며,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직접 규정해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5년 운영을 평가한다면서 평가 직전인 지난해 말에야 바뀐 재지정 기준점, 평가지표, 배점을 통보해 불공정하고, 유독 기준점을 80점으로 높인 전북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사회통합전형 의무가 없는 구자립형사립고 전환 자사고를 감점 처리한 것은 위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최종 재지정 취소 여부를 놓고 학교-교육청-교육부 간 소송까지 예고돼 있어 앞으로 학교, 학생, 학부모의 혼란과 피해는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 서열화와 입시 과열을 막겠다는 자사고 폐지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이번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면 강남과 서초, 양천 등 교육특구에 자사고가 집중 배치되는 등 지역간은 물론, 일반고 내에서도 교육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의 경우 기존의 학교 운영 노하우에 따라 지역내에서 입시 명문고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우수 일반고와 우수 자사고가 강남, 서초, 양천구에 집중 배치돼 교육특구로서의 지위가 더욱 공고화되고 이 지역에 대한 선호현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반대로 자사고가 없어지는 비교육특구 학부모들의 불안감 증가와 노원구 등 인근 교육특구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