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 변호사가 6일 서울고법에서 이 전 대통령 보석 결정이 난 뒤 기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4월 8일까지 있다가 나가는 것이 낫지 않냐'고 물었다"며 "보석청구 취지는 '나는 더이상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라서 이 전 대통령이 가혹한 보석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이범종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 기간 제약이 사라지면서 주요 증인 출석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을 열고 "새 재판부가 형성돼 구속 만기일인 4월 8일까지 선고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심리를 마치지 못한 항소심 구속기한까지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보석 이유를 밝혔다.
이날 결정으로 이 전 대통령은 수감된 지 349일만에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 보증금은 10억원으로, 주거지는 논현동 자택으로 외출이 제한된다. 접견은 배우자와 직계혈족, 혈족의 가족과 변호인만 가능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외부인 접견·통신도 할 수 없다. 그 밖의 인물을 만나기 위해서는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접견 이후에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진료에도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시간별 활동내역을 법원에 보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보석 조건을 어길 경우, 보석이 취소돼 구금된다.
재판부는 형법상 피고인에 대한 무죄 추정 원칙과 지난달 15일 바뀐 새 재판부의 심리 기간을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
다만 보석 이유 중 이 전 대통령의 건강과 고령 문제는 구치소 내 의료시설이 충분하다는 검찰의 주장을 고려해 보석 이유로 삼지 않았다.
법원은 검찰에 이 전 대통령 주소지 관할 경찰서를 통해 외출 제한 조건을 잘 지키는지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보석금 10억원을 수백만원짜리 보험증권으로 대신했다.
이날 구속정지로 '시간 제한'을 없앤 법원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등 증인들이 계속 출석을 피할 경우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예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증인 몇 분은 자신이 소환된 사실을 알면서 (폐문부재 등으로) 회피하는 정황이 있다"며 "전직 대통령 사건의 중요성과 인지도를 볼 때, 형사소송법이 정한 '상당한 방법'의 하나로 서울고법 누리집에 증인으로 소환된 자의 이름과 신문 기일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검찰에는 증인 소재 파악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형사소송법은 법원이 소환장의 송달, 전화, 전자우편, 그 밖의 상당한 방법으로 증인을 소환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27일 공판에서 "고려대 교우회장을 지낸 이 전 부회장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녔지만, 법원 소환장이 날아오자 폐문부재 송달불능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그가 의도적으로 소환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역시 증인 선정 전까지 거의 매일 헬스클럽, 사우나에 다녔지만 일부러 출석을 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증인들에게 엄포를 놓음으로써,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증인들이 줄줄이 증언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피고인 방어권을 위한 증인신문과 재판부 심리에 최소 5~6개월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마치면서 "이번에 새로 구성된 저희 재판부는 이 재판에 아무 선입견 없다"며 "앞으로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과 주장을 성실히 청취하고 증인 신문을 하는 등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3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20일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22일 김 전 기획관, 27일 이 전 부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다스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는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가 29일 증인으로 소환된다. 법원은 4월 3일 다스 미국 소송 관련 진술을 듣기 위해 미국에 있는 김석한 변호사에게 소환장을 보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