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 테마주 훈풍이 사라지면서 3월 국내 주식시장에는 찬바람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1분기 이익 전망치가 낮아진 만큼 3월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재료가 마땅치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가 중국 본토 주식의 편입 비율을 4배로 확대키로 결정한 점도 우리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3월 코스피 예상밴드를 내놓은 7개 증권사(교보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케이프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는 이달 코스피 고점을 2300포인트로 전망했다. 지난 달 코스피가 2200선을 상회했다는 점에서 큰 폭의 상승세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하단을 2100으로 예상한 만큼 큰 폭의 하락도 없을 전망이다. 북·미 회담 결렬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 낮아지는 이익전망치, PER 10배 횡보
3월 증시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은 기업의 실적부진이다. 실적 발표시즌에 돌입했지만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해 보인다.
현재 케이프투자증권이 예상하는 상장사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26조8000억원이다. 전년보다 35% 감소한 수준이다. 게다가 2019년 예상 영업이익은 약 179조원으로 지난 4분기 전망에 비해 22.9% 감소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급속히 진행되며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0.2배까지 치솟으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2007년을 제외하면 10배를 크게 상회한 경험이 없다. 경험적으로 보면 10배는 투자자가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부진 등 경제지표도 좋지 않다.
1월 한국수출은 463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5.9% 감소했다. 2월 조업일수가 짧을 점을 고려하면 수출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1월 반도체 수출은 74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23.3% 감소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는 현재 약세장 구간에 있다"면서 "밸류 부담이 크진 않으나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오버킬(Over Kill·과매도)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1, 2월 증시 상승을 이끌던 남북경협 기대도 사그라들었다. 지난달 28일 북미 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39.35포인트(1.76%) 떨어진 2195.44로 마감했다. 하루 지수 하락폭으로는 지난해 10월 23일(55.61포인트 하락)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대북 경협 관련주 주가가 급락했다. 총 130개 종목의 하락폭을 감안하면 시가총액 5조6000억원이 몇 시간 만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미 정상회담과 같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이슈가 부정적으로 끝나면서 외국인의 매도폭이 확대됐다"면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정치적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3월 주요 이벤트 결과 지켜봐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북주 흐름 ▲미중 무역협상 및 중국 양회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시장의 시각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월 FOMC에서 금리 동결, 혹은 최소 상반기까지 추가 인상 유보를 내놓으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동안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글로벌 유동성이 유지될 수 있어서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 역시 "북·미 협상 결렬, 중국 MSCI 편입 확대 등이 국내 증시를 주춤하게 하겠지만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로 스탠스를 선회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과 중국 양회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매년 3월 양회를 열어 경제성장률 목표치 등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날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가 국내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돼 왔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는 주가의 방향성은 바닥을 확인 중일 가능성이 높으나 이익 성장 레벨이 크게 낮아져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중국 정책 기대감은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국내 증시 상승을 위해선 정책의 강도와 향후 미국과 중국의 협상 타결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주식시장은 시장에 기대감을 줬던 주요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펀더멘털의 부진이 부각돼 차익실현 매물이 지수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면서 "3월 시장은 주요 이벤트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