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매 시세표가 붙어 있다./뉴시스
임대인(집주인) 위주였던 부동산 시장의 무게추가 임차인(세입자) 쪽으로 옮겨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부동산 거래 시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설정돼 있던 법·제도를 정비해 공정거래를 유도하고 시장을 안정화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최근 역전세, 담합 등으로 임차인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시점이 앞당겨질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은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검토·추진 중이다.
'전·월세 신고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전세나 월세 등 임대차 거래는 주택 매매와 달리 신고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전·월세 실거래가가 투명하지 않고 조세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토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임대주택 692만가구 중 임대료 파악이 가능한 가구는 전체의 27%(187만 가구)에 불과했다.
전·월세 실거래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되면 전·월세 실제 계약금액을 파악할 수 있고, 그동안 '깜깜이'였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현실화된다. 특히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차 계약 투명성이 높아지고, 전세보증금 등 분쟁 시 제3자 보증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인 반발, 임대주택 물량 감소, 월세 가격 인상 등 부작용도 점쳐진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지난 21일 "입법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해명했으나 업계에선 시장 상황을 봐가며 재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공인중개사가 계약자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사전 협의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에 담긴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서식 등을 개정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으로 알려졌다.
통상 공인중개사는 계약자에게 중개수수료 책정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 잔금을 치룰 시점에 법정 최대 요율로 수수료를 제시한다. 가령 서울시를 기준으로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주택의 전세를 중개했을 때 수수료 상한은 0.4%다. 이럴 경우 보통 임차인에게는 협의 없이 최대 요율인 0.4%를 받고, 임대인에게는 지속 거래 여부 등에 따라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도입되면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계약을 중개할 때 계약자에게 수수료 산정 방식을 정확히 설명하고 협의한 뒤, 제대로 고지했다는 내용을 확인받아야 한다.
공인중개사들이 단체를 구성해 중개물의 중개보수를 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이미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같은 지역의 공인중개사 간 수수료율을 일정 수준 이상 받기로 정하는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제재·처벌한다는 게 골자다.
소비자들이 허위 매물에 속아 헛걸음하지 않도록 부동산 매물 거짓·과장 광고에 대한 법적 제재도 검토 중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부동산 허위매물 광고를 근절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중개대상물에 부당한 표시·광고 금지 ▲인터넷을 통한 표시·광고에 소비자의 판단에 중요한 필수사항 추가 명시 ▲민간영역에만 맡겨져 있는 매물 등에 대한 모니터링 등이 담겼다.
업계에선 이런 법적 보완이 실제 실행되면, 임차인 보호 및 임차권 보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 외국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지정한 은행에 전세금을 예치하도록 돼 있다"며 "아울러 전세보증금을 월세의 최대 3~5배 이상 못 받도록 상한을 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서는 임차인의 부동산 거래 비용에 대한 거래 안정성과 보증금에 대한 보장장치가 미흡하다"며 "주택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