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업계 전체 연도별 유지율. /보험연구원
최근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상품의 해지율을 예측하기 어려워 보험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데다 만기 전 해약 시 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적음에도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이 부각해 판매되고 있어 불완전 판매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은 약 85개로 나타났다. 종신보험에서 40여개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질병보험(17개), 암보험(15개)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은 보험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지급되지 않거나(무해지환급형) 일반 종신보험보다 낮은 해지환급금을 지급(저해지환급형)하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적립금으로 쌓아두는 금액을 아예 없애거나 줄여 그만큼 소비자들이 내는 보험료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일반 종신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보험기간 중 보험계약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매우 낮은 환급금만을 돌려받게 되는 단점이 있다.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은 저금리 기조 속 보험사들이 나름 돌파구로 마련한 상품이다. 2015년 이후 저금리 기조로 보험회사의 예정이율은 2~2.5% 수준으로 하락했고 동시에 보험료는 상승해 보험상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이 등장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보험업감독규정 및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안을 개정하면서 보험료의 부담이 적고 납입기간 이후 높은 환급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이 활성화됐다.
당시 순수보장성이며 20년 이하 납입기간인 상품에 대해서만 허용하던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을 모든 순수보장성 상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 해당 상품 출시를 유도한 것이다.
실제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가 2015년 7월 출시한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은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5개월 만에 판매 3만4000건을 넘어서고 월납보험료(누적)는 66억8300만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해지율 계산이 어렵다는 것.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통적인 보험 상품은 예정위험률, 예정이율, 예정사업비를 기초로 보험료를 산출하지만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은 3가지 요소 외에도 해지율이 보험료 산출에 반영된다.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도 해지하지 않고 유지하면 일반 상품 대비 저렴한 보험료로 위험 보장을 받으면서 추후 해지환급금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어 유리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계약 해지율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곧 소비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혐연구원 관계자는 "가입 초기에는 계약자 수가 많아 신뢰할 수 있는 해지율 산출이 가능하지만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는 가입자의 수는 확률적으로 줄어들어 신뢰할 수 있는 해지율 산출이 어렵다"며 "해지율이 새로운 위험으로 부각돼 이에 대한 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의 판매 현장에서 표준형 상품 대비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을 더 부각하면서 환급금 설명이 다소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은 약관이나 상품설명서에 만기 전 해약 시 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적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음에도 환급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불완전 판매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과 관련해 소비자 분쟁 사례가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불완전 판매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