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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원/검찰

서지현 #미투 1년…"법원, '피해자다움' 관념 버려야"



법원이 '피해자다움' 관념을 극복하지 못해 '#미투' 사건의 객관적 해석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위원장 정춘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법원의 왜곡된 성인지 감수성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에서 재판부가 '업무상 위력이면 다음날 도지사를 피했어야 한다' '아침 식사를 위한 음식점을 검색해 피해자 답지 못하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피해자는 이렇게 행동했어야 한다는 정형화된 이미지로 법이 해석·적용됐다"고 말했다.

◆법원이 극복 못한 '피해자다움'

대법원이 지난해 미투 이후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피해자가 피해자다움의 전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만한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살피라는 의미"라며 "그건 아니다. 성별권력의 영향을 제거하면서 피해자의 목소리와 행동을 존중하는 법 해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왜곡된 성에 관한 통념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도 "사법부는 그간의 객관성과 합리성이 얼마나 남성중심사회 속 가해자 중심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포함된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고 거들었다.

성폭력 문제를 깊은 고민 없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 발의로 해결하려는 국회의 태도 역시 지적됐다. 이 교수는 "지난해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형량이 늘었지만, 국회의원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이 방법이 가장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형량 강화로 성폭력의 근본 문제를 살피지 않게 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2차 가해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이어지는만큼, 명예훼손죄 폐지 발의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실과 동떨어진 성폭력 기준 역시 문제로 거론됐다. 이 교수는 "성폭력 기준은 폭행이나 협박, 위력처럼 상대를 강압적으로 제압하는 수단을 행사했는지가 아니다"라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동의 없이 이뤄지는 성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유럽과 미국의 대다수 주에서 성폭력 기준을 비동의로 삼는다는 설명이다.

시민 누구나 각계에서 갑을관계로 얽혀있는만큼, 관련법에 비동의 기준과 함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의 근본적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서지현 "피해자 아닌 범죄자다움 가져야"

좌담회 첫 발언자인 서지현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역시 피해자다움에 대한 가혹한 요구를 지적했다. 서 검사는 "이 사회는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반면, 피해자에게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강요한다"며 "범죄자야말로 가해자다움, 범죄자다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1년 전 이날 JTBC '뉴스룸'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해 꺼져가던 미투 운동의 불씨를 살렸다.

서 검사는 피해자의 인간관계와 업무능력을 문제삼는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인간관계와 업무능력에 부끄러움이 없지만, 있다고 해도 피해 사실을 말해서는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서 검사는 피해자다움을 부추기는 언론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갔다. 그는 "언론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나 문제의 근본 원인, 해결책 연구 대신 피해자의 사생활 침해에 앞장서왔다"며 "가해자 처벌과 근본 원인에 관심 갖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이유가 그들의 나약함 때문인가, 아니면 그들을 꽃뱀 또는 창녀라고 손가락질한 공동체 때문인가"라며 "성폭력은 개인이 아닌 집단범죄이자 일종의 홀로코스트"라고 말했다.

이어 "진실을 말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살라야 하는 이 잔인한 공동체는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수 기득권자가 문화계 권력을 독식하는 지방의 경우 성폭력 문제가 묻히기 쉬워, 정치권의 관심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북 전주 연극인 송원 배우다 대표는 "각종 언론에서 문화예술계 미투 뉴스가 봇물처럼 터졌지만 제가 사는 지역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며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말은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압박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 대부분이 기득권을 가진 가해자와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현실 때문에 성폭력에 대항해 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지역 예술계는 기득권을 몇몇이 독점하는데, 공적지원금 받는 사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서 이미 사업했던 곳이 다시 하는 구조"라며 "언론에선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도 지역에선 한 인간의 부도덕함으로 치부한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문체부 권고문에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가 포함된 표준계약서가 있지만 이행 의지가 없으면 실효성도 없다"며 "국회의원실에 표류하는 예술인 권리보장법도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학생에겐 학교가 없다' 기획자인 양지혜 씨도 학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교사와 학생 간 수직적 권력관계 철폐를 위한 법안 마련,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입시경쟁 완화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순천 젊은빙상인연대 부회장도 "인생의 절반을 같은 종목의 익숙한 장소, 코치와 관계를 이어가서 피해자가 용기 내기 쉽지 않았다"며 "정부에서 스포츠인권조사단을 만들어 관심 갖고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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