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대통령 탄핵소추 경험을 가진 국회가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안을 가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18일 사법농단 관여 법관 13명에 대한 법관징계위원회 심의 결과, 8명에게 견책~정직 6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하거나 품의 손상을 인정하되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법관에 대한 징계 수위는 어느정도 예상된 상황이었다. 현행법상 법원이 판사에게 해임에 이르는 불이익을 주지 못해서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에 대한 징계처분은 견책, 감봉, 정직으로 나뉜다. 견책은 직무에 종사사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케 하는 처분이다. 감봉은 1개월 이상 1년 이하 기간 중 봉급의 1/3 이하를 줄인다.
최고 수위인 정직은 3개월 이상 1년 이하 기간 중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해당 기간 봉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7명이 모인 법관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인 대법원장 이하 법관으로만 구성된다.
헌법도 법관의 신분을 보장한다. 헌법 106조에 따르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고 징계인 정직 1년마저 나오지 않은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판사들의 시각이 세상과 괴리된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8일 논평을 내고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범죄에 적극 가담한 이들이 길게는 6개월의 기간만 지나면 언제든지 재판 업무에 복귀할 수 있고, 단 몇 달 간의 감봉만 감수하면 되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징계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5명에 대해서도 "임종헌 공소장만을 보더라도 이들의 관여 정도가 상당함을 알 수 있을 것임에도 어떠한 징계 처분도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회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이를 의결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의 법관 탄핵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해당 판사 13명을 가감해 탄핵소추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사법부 독립을 근거로 반대입장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 대상이 행정부 최고 권력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회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경험을 가진 상황이어서, 탄핵이라는 단어는 이미 너무 무거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법부 징계의 솜방망이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의정부지방법원 심모 부장판사는 2016년 8월 성매매를 하고도 10월 품위유지 의무위반으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홍모 판사는 지난해 7월 지하철 전동차에서 여성의 신체를 3회 촬영하고도 감봉 4개월 처분에 그쳤다. 반면 2012년 전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치마 밑을 촬영한 일본의 판사는 같은해 11월 탄핵소추가 결정돼 2013년 4월 10일 파면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일본의 재판관 탄핵소추는 2013년까지 9건 있었고, 7명이 탄핵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태흥 전 대법원장과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을 뿐, 탄핵소추안이 국회 의결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