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슈어테크에 대한 규제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인슈어테크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해 기존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종의 핀테크(Fintech)의 보험 버전인 셈이다.
최근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국내 보험시장에서 인슈어테크는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전망이지만 각종 규제로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9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인슈어테크 투자 규모는 2012년 3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2억1000만달러로 약 6배 이상 성장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인슈어테크 투자의 75%가 이뤄지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인슈어테크시장으로 꼽힌다. 중국은 보험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인슈어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보험료 기준 중국 인슈어테크 시장은 2015년 370억 달러에서 2020년에 1740억 달러로 연평균 3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유통 플랫폼 사업자(ABTJ 등)가 14억 인구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보험산업에 진입하면서 인슈어테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또 단기간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위험 보장을 위해 저렴한 보험료로 구매하고, 필요할 때마다 재구매하는 개념이 점차 확대되면서 소액간단보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의 소액간단보험은 반송보험, 항공지연보험, 교통체증보험, 주차위반딱지 보험 등이다.
중국의 보험산업 성장 배경은 규제 완화에 있다. 중국의 인슈어테크 시장은 중국 정부가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우선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사후 문제 발생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적용하면서 급성장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친화적인 감독정책을 유지해 왔다"며 "이러한 정부의 유연한 정책 기조가 중안보험(중국 최대 온라인 보험사)이 세계 10대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인슈어테크 관련 투자는 통계조차 작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규제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의 업무 영역을 포지티브(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만 나열하고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불허하는 규제)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어 인슈어테크를 이용한 보험사의 서비스 확대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소액간단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판매채널 육성, 보험가입 절차 간소화, 소액간단보험사 자본금 규제완화 등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실효성은 미미하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환경의 변화에 적합한 유연한 규제가 필요한 만큼 보험회사 업무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험업계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인슈어테크 개발에 나서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화손해보험은 SK텔레콤(SKT)과 합작해 내년 중 실제로 주행한 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주행거리와 연동해 덜 타는 사람은 보험료를 적게 낸다는 개념은 기존의 마일리지 특약과 유사하지만 알아서 반영되는 '선할인' 방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도 SKT와 손잡고 내비게이션 '티맵 안전운전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내비로 과속 등 운행 데이터를 파악·분석하는 방식이다
또 SKT는 지난 8월 AIA생명과 함께 스마트폰에 있는 걸음 측정 기능을 켜고 일주일 목표한 걷기 운동을 해내면 매월 통신 요금 1만2000원을 할인해주거나 커피·음악 감상 쿠폰을 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보험만 팔아서는 생존하기 힘들다"이라며 "보험사와 타업권과의 만남으로 다양한 고객 맞춤형 보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