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신도 여럿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문성 부장판사)는 22일 상습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목사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또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목사의 나이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할 때 재범의 위험성이 높지 않다며 검찰의 보호관찰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린 시절부터 이 사건 교회에 다니며 피고인의 종교적 권위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피고인의 지시에 반항하거나 거부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했다"며 "당시 20대인 피해자들을 장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했고, 집단으로 간음하는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신뢰한 종교적 지도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가장 행복하게 기억되어야 할 20대가 평생 후회스럽고 지우고 싶은 시간이 된 것에 대하여 고통스러워하며,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재록 목사는 수년간 만민중앙교회 여신도 8명을 42차례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신도 수 13만명의 대형 교회 지도자로서 지위나 권력, 피해자들의 신앙심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피해자의 진술 등으로 범행을 특정하기 어려운 9건을 제외한 대부분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 목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계획적으로 음해·고소했으며, 20대 성인으로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목사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목사가 오랜 기간 자신을 직·간접적으로 신격화하는 취지로 신도들을 가르쳐왔다고 판단했다. 유아기나 아동기부터 만민중앙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피해자들이 심리적 항거불능상태에 놓이기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피해자들의 고소 경위 또한 문제가 없다는 판단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 중 5명은 2014년~2016년 이 사건 교회에서 탈퇴한 이후에도 한동안 피고인을 고소하거나 문제삼지 않다가, 한 명이 미투 운동을 보고 힘을 모아 피해 사실을 밝히자고 나서 피고인을 고소하게 됐다"며 "그 중 2명은 피고인을 옹호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한 적이 있음에도 (피해 고발) 방송 후 이 사건 교회의 대응 방식에 회의감이나 죄책감을 느껴 피고인을 고소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경위가 자연스럽고 납득할 만하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을 갖춘 이유로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준강제추행이나 준강간의 주요 부분에 관해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게 진술한 점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꾸며내기 어려운 세부적인 사항까지 진술한 점 ▲그 내용에 경험칙상 합리적이지 않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 부분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범행에 상습성이 없다는 이 목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다른 여신도들도 범행 전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한 점, 1999년 MBC 'PD수첩'에서 이 목사의 성추문 폭로 프로그램을 방영하려 했음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 등을 근거로 들었다.
형법 305조의2에 나온 '상습'이란 표현은 강간·위계에 의한 간음 등 해당 조항에 열거된 모든 범죄를 포괄한 성폭력 범죄의 습벽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선고 직후 피해자 측 신진희 변호사는 "1심에서 일부 무죄 나온 부분에 대한 증거를 검사와 모아서 항소심에서 증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연히 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