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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원/검찰

'갑질 사각지대'에 갇힌 IT 직장인들 "직장 내 괴롭힘, 법 개정 미흡"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사례 보고'가 열리고 있다./이범종 기자



#1. 디자이너 김현우(25)씨는 4년 전 IT 스타트업에서 2년 반동안 일하면서 임금 대신 '용돈 15만원'을 받았다. 대표가 약속한 '회사의 미래'를 믿은 그는 대표가 가진 여러 사업체에 직원 등재 없이 일하는 '유령 사원'이 되었다. IT와 상관없는 건설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피하면 내쫓긴다'는 말과 함께 손찌검을 당하기도 했다. 김씨는 동료 직원이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에 일정 외 지원을 나갔다가 셔츠 색상을 지적받으며 골프채로 맞았다고 증언했다. 나이 어린 팀원이 연장자 팀원의 뺨을 주먹으로 때리라는 강요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노동청이 실질적인 계약서가 없다며 사측에 무혐의 행정종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2. 고(故) 장민순 씨는 2015년~2017년 12월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근무했다. 2년 8개월동안 그가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한 주는 46주가 넘는다고 한다. 출퇴근시간이 자유롭다는 이유로 회사가 노무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서로 '님' 호칭을 하면서도 대표의 말 한마디에 일이 엎어지기 일쑤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언니 장향미 씨는 "채식주의자인 동생에게 고기 먹기를 강요하고, 주말동안 업무와 상관없는 책을 읽어오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 대표의 신임이 두터운 임원과 팀장은 부부사이로, 이들 밑에서 일하던 동생이 부당함에 맞서기 힘들었다고 한다. 언니 장씨는 지난해 12월 강남노동지청에 회사를 신고했지만 근로감독이 곧바로 시행되지 않았고, 동생은 지난 1월 3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장재원 변호사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사례 보고'에서 발제하고 있다./이범종 기자



'양진호 사건'으로 재조명된 IT업체 내 갑질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장재원 변호사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사례 보고'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무엇인지, 사전에 어떤 예방조치를 두어 노동자를 보호하고 사후적으로는 어떠한 구제수단을 둘 것인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규정은 드물다"며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희롱과 관련해 규정하고 있는 것이 거의 유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손해배상 청구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가해행위의 존재와 위법성 ▲손해의 발생 ▲인과관계 ▲손해의 규모 등을 모두 직접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노동자가 이런 사실들을 증명할 증거를 갖지 못하거나, 가해 방식이 교묘해 증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마저도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변호사는 "개정안의 적용 범위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를 괴롭히는 경우에 국한된다"며 "고객이나 상대방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 역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사업장 내부의 괴롭힘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노동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개정안에는 원청업체나 발주자 등으로부터 괴롭힘 당하는 IT 노동자를 보호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개정안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돼 있어, IT 노동자처럼 프리랜서 계약이나 지분 계약을 강제받는 이들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에 강제성이 없는 점 또한 문제로 거론됐다. 장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자 등을 해고 기타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사용자의 의무 위반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제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째 제자리 걸음인 근로조건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IT 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이 수행한 '2018 IT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노동 실태는 ▲심각한 장시간 노동 ▲파견 및 하도급 관행 ▲허울뿐인 프리랜서의 노동실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수렴된다. IT 노동자의 25.3%가 주 52시간 초과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52시간 상한제 적용 이후 실제 근로시간이 단축됐다는 응답은 17.4%에 불과했다. 이는 2013년 7월 국회 사무처의 'IT 노동자 근로실태 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보고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보고서 역시 IT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 ▲각종 법정수당 미지급 ▲파견·프리랜서형 계약 등 불안정 고용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해 IT 노조의 '2013년 IT 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70시간 이상 노동하는 비율이 19.4%에 달했다. 이같은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연장근로에 대한 법정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비율은 76.4%에 이르렀다.

이날 보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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