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폭락에 하반기 수익률 전망 어두워
국민 노후자금 65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8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이 국내주식 투자로 입은 손실이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말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 2000선이 붕괴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장을 보이면서 하반기 수익률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익률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31일 국민연금이 공시한 8월 말 기준 '자산군별 포트폴리오 운용 현황 및 수익률'을 보면 1~8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5.14%로 집계됐다. 4월 말 기준 플러스(+) 수익률(2.41%)을 기록한 이후 5월 말 -1.18%, 6월 말 -5.30%, 7월 말 -6.11%에 이어 계속 마이너스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25.88%)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국내주식 평가액은 123조6020억원으로 2017년 말(131조5200억원)보다 7조9180억원이나 줄었다. 1년 새 8조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본 것이다.
이는 코스피 시장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은 21.8%였지만 1~8월은 -5.86%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미·중 무역분쟁, 통화 긴축, 부실 신흥국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국내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반면 해외주식은 8월 말 기준 7.55% 수익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수익률 10.62%에는 미치지 못했다. 해외주식 평가액은 123조4200억원으로 지난해 말(108조2790억원)보다 증가했다.
국내채권 수익률은 7월 말 1.46%에서 8월 말 2.89%로 1.43%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기간 해외채권은 2.89%에서 2.58%로, 대체투자는 5.29%에서 5.17%로, 단기자금은 1.60%에서 1.56%로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주식, 해외주식 등을 합친 금융부문 수익률은 2.26%로 집계됐다. 지난달(1.39%)보다 0.87%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금융부문 수익률(7.28%)에 비해서는 부진했다.
국민연금 전체 수익률은 2.25%로 전월 대비 0.86%포인트 올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 및 해외주식 수익률은 일부 신흥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역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절대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며 "국내 금리 하락으로 인해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나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해외채권 수익률이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 수익률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최근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과 개인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폭락했다. 지난 29일에는 1990선까지 밀려 22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졌다,
이를 방증하듯 국민연금은 올 하반기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9월(2148억원)을 제외하고 7월(-8138억원), 8월(-6267억원)에 이어 이달까지 순매도세를 보이는 등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7월 말 기준 전체 자산의 19.1%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내년 말까지 이 비중을 18%로 1%포인트 넘게 줄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자금을 회수해 손실을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코스피 하락장에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락하는 주식 시장을 보면 연기금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8월 말 현재 650조62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기금은 2013년 427조원, 2015년 512조원, 2017년 622조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